입춘대설했다. 입춘에 눈이 오면 그해 농사는 별로라고 한다. 하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농사가 좋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하늘 마음대로란 얘기다. 밤에 자면서 아침에 눈 치워야지 생각했다. 그래선지 모처럼 아침에 일어났다. 7시 반부터 눈을 치웠다. 열시가 됐다. 잠시도 쉬지 않고 치웠다. 몸을 쓰니까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텐데.

 기타 레슨을 다녀왔다. 8회 수업 예정이었지만 오늘을 마지막으로 6회만에 끝났다. 선생님 얘기로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했다. 결국 이제 내가 열심히 연습할 일만 남았다. 이번 수업으로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도레미파솔라시도와 스케일을 확실하게 알았다. 그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스스로는 하지 않았을까? 내가 좀 그렇다.(내가 좀 거시기 해서 거시기하다.)

 설이가 한창 임신 중일 때 몽쉘통통을 많이 먹였다. 설이 새끼는 몽실이다. 몽실몽실하다고 주인아줌마가 그렇게 지었다. 설이는 임신중에 몽쉘통통을 먹고 몽쉐리를 낳았다. monami가 내 친구인것처럼 몽쉐리는 내쉐리(내새끼)다. 이런식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삶의 활력이 된다.

 의미부여라고 하면 생일을 빼 놓을 수 없다. 2월 6일은 내 친구 DS와 012가 태어난 날이다.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그런가 하면 나랑 나얼도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 역시 뭔가 의미부여가 된다. - 중학교 때 친구중에 쌍방울 2층에 살던 호철이도 나랑 생일이 같았다. 호철이는 지금 어디서 뭘 하면서 살고 있을까? - 사실 한 반이 50명인 학급에 나랑 생일이 같은 친구가 있을 확률은 90%가 넘는다. 구체적인 계산은 <생일 확률>로 검색하면 여기저기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50명은 넘는 내 친구들 중에 두 명의 생일이 같은 것이 유별난일은 아니다. 나얼과 내 생일이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나얼은 노래를 잘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과학처럼 정확한 것보다는 여기저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즐거운 삶이다.

 김춘수의 "꽃"처럼 L선배가 6시 내고향의 박경림 리포터를 보고 "와 저 리포터는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말한 순간부터 고깃배에서 잠들었다가 부시시 일어나거나 무거운 물고기를 들고 발버둥치는 리포터의 행동과 눈빛 하나하나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요새 나도 너도 삶도 죽음도 똥도 오줌도 다 부질없다는 소리를 가끔 내뱉는데, 그만 둬야겠다.

 

 강아지는 45일이 지나면 젖을 뗀다고 한다. 몽쉐리는 태어난지 두 달인데, 젖도 먹고 밥도 먹는다. 강아지는 젖을 떼면 바로 어린이가 된다. 어린이가 된 몽쉐리가 눈을 봐서 신났다. 깡총깡총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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