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고리 - 제발트

2017. 11. 17. 11:19

p.199~

17세기에 이미 섬 전체에서 지난날의 숲으로부터 남은 것이라고는 대개 하염없이 몰락해버리고 남은 미미한 잔여들뿐이었다. 이제 거대한 불길은 대서양의 반대편에서 타올랐다.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너른 땅 브라질의 이름이 프랑스어로 목탄을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고등식물의 목탄화, 모든 가연성 물질들의 지속적인 연소는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을 확산시키는 동력이다. 최초의 유리등에서 18세기의 칸델라(휴대용 석유등의 일종)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칸델라의 불빛에서 벨기에 고속도로를 비추는 아크등의 창백한 빛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연소이며, 연소는 우리가 만들어낸 모든 사물들의 내적 원리다. 낚시 바늘의 제작, 사기잔을 만드는 수공업,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 이 모든 것들이 결국은 연소라는 동일한 과정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가 고안해낸 기계들은 우리의 신체나 우리의 동경처럼 서서히 작열하는 심장을 갖고 있다. 인간 문명 전체는 애당초부터 매시간 더 강렬해지는 불꽃일 뿐이었으며, 이 불꽃이 어느 정도까지 더 강렬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서서히 사그라질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장은 우리의 도시들이 빛을 발하고, 아직은 불이 번져간다.

 

- '아우스터리츠'를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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