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오랜만에 만난 엄마랑 붙어있고 싶어서
엄마 귀를 파준다
조금이라도 아플까 봐
손놀림이 조심스럽다
귀도 늙는단 걸 알았다
엄마가 내 귀를 파주던 날들이 손끝에 스치고
그 손끝이 서러워 잠시 멈춘다
엄마는 내 다리 위에 무방비로 누워서 아기가 됐다
내 얘기를 더 오래 들어 달라고
당신 아들을 잊으면 안된다고
나도 당신을 잊을 수는 없다고
우리 사이엔 사랑이란 말도 가볍다고
귓밥을 자주 파내야 치매에 안 걸린다는
농담아닌 농담을 던지며
늙은 엄마 귀를 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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