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옳은데, 옳기만 하다. 읽으면서 인류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어디서(하와이, 덴마크) 살더라도 일단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38p. 전통 사회와 현대 사회 모두, 중대한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났다. 인간이 필요를 충족하는 수단이 근복적으로 바뀐 것이다. 자동차가 인간의 근육을 위축시키고, 교육이 저절로 차오르던 호기심을 질식시켰다. 그 결과 필요와 욕구 모두에 있어 그 선례가 없는 새로운 특성이 생겨났다. 역사상 최초로 인간에게 필요가 상품과 같은 말이 된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이 어디든 대부분 걸어서 가던 시대에 사람들이 제약을 느낄 때는 주로 자유가 구속받을 때였다. 지금처럼 어딜 가더라도 교통수단에 의지하는 시대에는 자유가 아니라 승객의 권리를 요구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운송수단이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에게 '권리'를 제공하면서 걸을 수 있는 자유는 무시되고 수많은 권리 조항에 가려진다. 평범한 사람의 욕구는 (이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누리는 승객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날 자유를 상상조차 못 하게 되었다. 이 자유는 현대인이 이 현대 세계에서 자신의 두 발로 걸을 자유이다. 


 40p. 첫째는 좀 더 안전하고 좀 더 값싸고 좀 더 쉽게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길이다. 그래서 그 상품에 더 의존하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지금가지와는 전혀 다른 눈으로 필요와 만족 사이의 관계에 접근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선택은 생산물의 외양만 바꿔서 시장 의존 경제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상품에 대한 의존 그 자체를 낮출 것인가이다. 두 번째 길로 간다면 개인과 공동체 모두 현대에 적합한 도구를 새로 만들기 위해 사회 구조를 다시 상상하고 설계하는 모험이 뒤따를 것이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를 직접 만족시키는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다.


 50p. 원자력이 에너지를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하마처럼 아무리 유해하고 억압적이며 반생산적이라 해도 이런 사회에서 원자력을 포기하겠는가? 군대가 지배하는 사회라면 불만 세력이 자신의 이웃들을 소비에서 빼내고 조직하여 소규모 사용가치 중심의 생산방식으로 일할 자유를 요구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겠는가? 그런 생산방식은 서로가 만족스럽고 즐거운 절제를 해야 가능하다. 


 86p. 지금까지 사용가치의 생산방식과 상품의 생산방식이 서로 대립하여 이루어진 평형상태로 한 사회의 행복을 측정한 것은 없다. 언제나 두 생산방식이 풍요롭게 맞물려 상승 효과를 냈을 때 생겨나는 균형을 통해 측정할 수 있었다. 타율적으로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오직 어느 정도까지만 개인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을 향상하고 보완할 수 있다. 이 지점을 넘어서면 서로 합쳐진 두 생산방식은 사용가치를 만들건 상품을 만들건 애초에 의도한 목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볼 수 없었다. 주류 환경운동이 이 점을 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이유는 원자로가 위험하기 때문이고 기술 관료만 막강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 탐욕을 부추기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드물다. 에너지가 정량을 너머 소비되면 사회를 파괴하는 힘으로 전환되어 인간을 무력하게 한다는 주장은 아직도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60p. 이 시대의 전문가는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사람이다. 그들은 사람을 처방할 권리를 요구한다. 그들은 무엇이 좋다고 광고할 뿐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선포한다. 전문가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은 고수익도 아니며, 오랫동안 배워야 하는 교육 과정도, 복잡한 기술도, 높은 사회적 지위도 아니다. 수익은 적을 수도 있고 대부분이 세금으로 빠질 수도 있다. 수련기간은 몇 년을 몇 주로 압축할 수 있고, 사회적 지위는 전통적 직업보다도 낮을 수 있다. 전문가에게 중요한 것은 개인을 고객으로 정의하는 권위이며, 그 고객에게 필요를 결정해주는 권위이고,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알려주는 처방을 하는 권위이다. 현대의 전문가는 옛날의 매춘부처럼 돈으로 받을 수 없는 것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받고 팔아야 할 것과 무료로 제공해서는 안 될 것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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