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24/03/12 | 1 ARTICLE FOUND

  1. 2024.03.12 20240312 - 아버지, 엄마, 흐르는 시간, 어깨 통증

 아버지가 요양원에 간지 두 달 가까이 됐다. 일요일마다 아버지 만나러 갔는데, 한 번 빼고는 늘 아내가 함께 갔다. 고맙고도 고맙다. 아버지 머릿속에는 마누라 - 평소에 아버지가 잘 안 쓰던 표현인데 치매 이후에 많이 씀 -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것과 작년과 재작년 추석 성묘 때 일가친척들 많이 모였던 기억, 할아버지 제사 때 손주들 - 아버지는 그냥 애들이라 함 - 봤던 기억이 깊게 남아있다. 아버지는 날 만날때마다 마누라, 애들(손주들), 강릉에 다 모인것(성묘) 얘기를 한다. 삶에 대한 희망이나 열망까지 나가지 않더라도 어떤 기억이 있다는 것이 아무 기억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엄마한테 아버지가 엄마 보고 싶어한다 했더니 버스 타고 당일치기로 강릉 한 번 오겠다고 했다. 요즘 엄마는 홍콩 h지수 연계 ELS 때문에 마음에 큰 데미지를 입었다. 까먹은 돈은 그냥 돈이지만 문제는 심리적 타격을 잘 극복하는 일인데, 그 극복이 주위에서 말해주기는 쉬워도 당사자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심적 타격이 크겠구나, 생각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만해도 다행이다. 엄마 주위에는 이모들이 있고 내가 있다. 엄마는 요즘 집안일 알바를 가는 날이 아니면 그냥 누워있다. 엄마 힘내요.

 회사 동료 어머님이 곧 돌아가실 지경이 됐다. 지난주에 만난 의사가 네 달을 얘기했다고 한다. 이 형(회사 동료)은 시골 동네에서 유명한 효자다. 이 형이 어제 사무실에 며칠만에 출근해서 처음으로 한 얘기가 본인이 의지할 곳이 엄마랑 아내랑 두 갠데 이제 하나 밖에 없어서 어떡하냐,는 것이었다. 매우 공감했다. 내가 의지하는 것도 아내랑 엄마 두 사람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그들이 심적으로 무너지는 일은 막아야 겠구나 생각했다. 

 아버지가 의지할 곳은 나인가 요양보호사 선생님인가 둘 다인가?

 출근길에 라디오 뉴스에서 20회째를 맞는 횡성한우 축제 소식을 들었다. 작년에 횡성한우 축제 한다는 소식 들은 게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또 같은 축제를 한다고 한다. 이것이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일이다. 지난해에 내 삶에 아무일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흘러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흘러간 것도 아니다. 나이 먹을수록 지나간 시간들을 압축하거나 압축해서 잊는 폭이 커지는 느낌이다. 새해가 시작하고 일주일만 지나도 '올해가 다 갔구나' 생각하는데, 올해의 남은 시간들이 큰 폭으로 압축될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모든 생명이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깨 통증은 많이 나았다. 4주 연속으로 주말에 서울 가서 주사 맞았다. 선생님이 2주 후에 예약 잡아 주면서 안 아프면 그만 오라고 했다. 2월 초에 아프기 시작해서 너무 아파서 아무 것도 못한 게 열흘 정도고 현재는 일상 생활은 가능하다. 다만 팔에 약간의 통증이 남아 있다. 2주 후에는 그 약간의 통증도 사라지길 바란다. 나이 먹으면 다 아프기 시작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건성으로만 넘겨 듣던 그 말을 실제로 아픈 몸에 새기는 게 나이 먹는 일인가 보다. 

 회사 다니는 일이 정말 지겨워서 정말정말 그만두고 싶은데, 내 나이에 이 지역에 이 정도 돈을 받는 이만한 직장이 없기 때문에 못 그만두고 있다.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나도 세상에 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내가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뻔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게 심적 안정감을 줄 때가 있다. 이런 감정이 나이 먹을 수록 더 강하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는 튀고 싶었는데 말이지.

 건강 문제로 -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 담배랑 커피 중에 하나를 끊어볼까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나이 들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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