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남쪽엔 먹구름
북서쪽에 태양
나는 서쪽으로 걷고 있고
오른손을 들어 햇빛을 가린다
등 뒤에선 바람
바람은 동풍이구나
곧 동쪽이 환해지겠군
허리엔 디스크
목에도 디스크
목을 치켜들고 팔자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는다
멈춰선 신호등 앞 
담벼락 위로 오동나무, 뽕나무, 이팝나무가 있고
커다란 버드나무도 보인다
세상에 많은 이름을 알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의 이름은 내가 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바람이 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걷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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