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나 붙잡고 있다가 A부서에 검토를 요청하는 전자문서를 보냈다. 지침상으로는 A부서에서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A부서 담당자랑 오늘 아침에 통화했는데, 비슷한 건에 대해서 내가 맡은 일을 관장하는 부서(B라고 하자)에서도 확답을 내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돌아올 답이 뻔하기에 B부서에는 전화하지 않았다. A, B 양쪽에서 다 확답을 내려주지 않으니 지침에 써 있는대로 검토요청을 생략해도 되겠지만 비슷한 건으로 다들 A부서에 처리요청을 하는 상황이라 나도 그렇게 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다 내 책임 된다. A부서 담당자가 상황을 솔직하게 얘기해 준 것만해도 훌륭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모두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상에 살고 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모두가 욕받이 대상을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축구대표팀 감독 홍명보가 있다. 나는 홍명보를 욕하진 않지만 홍명보 욕하는 유튜브랑 댓글을 보면서 살짝 쾌감을 느낀다.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에 대한 욕도 마찬가지다. 서로 반대편들을 욕하면서 새로운 희생양을 찾으면서 오직 욕할 대상을 찾아 욕을 하는 재미로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난 목요일에 회사 자동차가 펑크가 나서 긴급출동 불러서 때웠다. 오늘 아침에 시동을 걸었더니 그 타이어에 또 공기압 부족 경고등이 떠서 사고 접수하고 타이어를 갈아왔다. 업무용 렌터카를 타다가 타이어 펑크난 걸로 사고 접수를 해서 면책금이라고 부르는 돈을 운전한 사람(내가 운전 안 함)이 지불할지 회사에서 지불할지 결정한다는 사실도 웃기는 상황인데, 회사 동료 중에 하나가 기관장이 이런 상황을 싫어하니 그냥 팀에서 가지고 있는 회비로 면책금을 내고 별도로 보고는 하지 말자고 해서 살짝 짜쳤다. 본사 차량 담당자한테 상황을 얘기했는데, 그 사람도 내가 상황을 보고하는게 귀찮은 눈치였다. 짜증이 나서 운전자에게 면책금 내라고 하면 그냥 내돈으로 내겠다고 하고 그냥 보고했다. 내가 우리팀 차량 담당자다.
모두가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회피하려고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네. 나도 그러고 있으니 욕도 못하겠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서 내가 책임지겠다하면 그건 또 그거대로 안된다고 한다. 바보 같다. 저녁에 술 한잔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