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출근 3,653일 차다. - (365일*10년)+윤년 이틀 - 내가 한 회사에서 10년을 근무하는 사람이 될 줄 몰랐다. 내 월급 보면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 치겠지만 이렇게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될 줄도 몰랐다. 최초의 10년은 약간의 좌충우돌이 있었지만 남은 10년은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더더욱 물의을 일으키지 말고 잘 흘러가 보자.
어제 엄마랑 이모 셋, 이모부 둘이 아버지도 보고 여행도 할겸 강릉에 왔다. 당초엔 저녁 무렵 오겠다고 했었는데, 내가 막 씻으려고 폼 잡던 아침 아홉시에 도착했다. 엄마를 예정보다 일찍 만나서 좋았다.
다행인지 마침인지 불행인지 아내가 집에 없었고 내가 어르신들 모시고 행사 진행을 했다.
아버지 요양원에 갔다. 3명씩 2회로 아버지 면회를 했다. 셋째 이모랑 이모부는 우리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보는 게 처음이다. 어제 얼굴을 봤다는 사실이 한 번도 안 보는 것보다 이모랑 이모부에게 안도감을 줬을거라 생각한다. - 어느정도의 죄책감도 덜어주고 - 둘째이모랑 셋째이모는 100프로 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100프로 울었다. 난 전해 듣기만 했는데, 아버지 컨디션이 좋았는지 잡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 누군지 알아보려는 눈빛을 보였고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모들도 이모부들도 다 고맙다.
요즘 아버지 면회를 자주 가지 않는 이유중에 아버지가 날 못알아 보는 것 + 면회 간다고 하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분주해지는 것이 있고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 보고나면 마음이 깊게깊게 구렁에 박혀서 독한 술을 먹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모들한테 얘기했는데, 그러면 면회 안 가는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모들이 고맙다. 면회를 자주 안 가기에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드실 간식거리 챙겨간 게 오래됐는데, 1팀이 면회하는 동안 막내이모가 속한 2팀이랑 요양원 앞 바로방에 가서 빵 많이 사다드렸다. 선생님들 잘 나눠드셨겠지. 저희 아버지한테 얻어맞아가면서도 이게 우리들 일이라 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조카가 이런데서 일합니다, 사무실 구경 잠깐 구경하고 절대 회사 그만두면 안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 예, 알겠습니다. - 백복령에서 옹심이랑 전병이랑 메밀냉국수랑 감자전을 먹었다. 어제 백복령 쉼터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가고 싶었던 가게 말고 다른 가게에 갔다. - 그 다른 가게도 임계 사는 선생님 한 분께 추천 받아서 갔다. 조카가 어르신들 행사에 이 정도 정성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다. - 7명이서 실컷 먹고 맛도 좋은데, 10만원 계산한게 이모들 마음에 쏙 들었다.
사천진항에 방 세개짜리 숙소를 미리 잡아 놨었는데, 결제 금액도 비싸지 않았고 방 셋에 화장실 두 개짜리 숙소가 이모들 마음에 쏙 들었다. 막내이모랑 이모부는 나랑 한 잔 하고 싶어했지만 둘째이모 셋째이모가 허리 아픈 아이 집에 가라고 해서 나는 숙소 체크인까지만 하고 돌아왔다. 고맙습니다. 중간에 아내랑 통화를 하는데, 아내가 어머니 면이 좀 섰겠네,하고 해서 그렇겠구나, 생각했다. 아무리 친한 자매들간에도 자기 아이가 진행한 일정이 마음에 들었을 때, 면이 서겠구나, 그게 인간이지. 우리 엄마가 이모들한테 면이 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나 효도 했나?
어제는 그제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팔저림이 나아졌다, 라고 썼지만 확실하진 않다. 1주일 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나아가는 일은 살아가는 일이니까 계속 나아져야지. 나아져야 나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