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사랑
나는 이름 끝에 '씨' 字를 또박따박 붙여 부르는데
그이는 날 부르는 호칭이 없다
형이라 부르기 힘들면 '씨' 자를 붙여도 되는데
그이는 날 툭 치면서 말을 걸거나
내 얘기를 들으면서 웃기만 한다
나는 그이의 첫 마디를 기억하는데,
그이는 우리의 첫 만남도 기억을 못하네
약이 오를 정도로 매력적인 그 사람은 나에게 아무 마음이 없었네
갑인 것도 을인 것도 싫고 사랑따윈 믿지도 않지만
손해 보는 기분이 너무 싫고
몰래 손톱 발톱을 훔쳐 먹고
내가 그 사람이 되버릴까 생각하며
내 앞에 앉은 사람을 흘겨보려고 하는데
누구를 닮았을까, 선한 눈망울에 나도 모르게 무너져 내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