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3 - 논김매기 시작, 농활 끝


한적골 아랫논에 가서 논김을 맸다. 혼자 두 시간 반 정도 풀들을 뽑았다. 이어폰에서 The very thought of you가 흘러 나왔다.

밭에서도 마찬가진데, 김을 매다보면 무아지경에 이를때가 있다. 나와 잡초만이 존재하는 시간에서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으로 넘어가는 그 순간이 좋다. 그래서 내가 논김매는 일을 좋아하나? 

논 세 자리 중에 가장 크기도 작고 김도 없는 논을 시작으로 논김을 매기 시작했다. 아침, 저녁으로 부지런히 다니면 열흘이면 마치겠지. 그러고 나면 물을 뗀다.

오늘로 농활이 끝났다. 학생들! 수고했어요. 마지막 날이라고 학생들이 작은 잔치를 준비했다. 부녀회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행복한 것과 나를 기준으로 남을 판단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20130706 - 서울나들이


간만에 서울에 다녀오는 중이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위험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마네킹 로봇을 보고 블레이드 러너를 떠올렸다. 어딘가에 인공지능이 부착된 초기 불량 모델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미래에 살고 있다.

목이 말라서 파워에이드를 먹었는데, 통을 읽어보니 그 안에 작물 재배에 필요한 미량원소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수용성 비료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법인데.라면서 아내랑 히죽히죽 웃었다.  



20130707 - 텃밭근황, 바다


고추 두 판을 한판씩 다른 곳에다 심었다. 집 옆에 심은 것들은 잘 자라고 있다. 고춧가루를 낼 만큼 따지는 못하겠지만 둘이서 이런저런 반찬해 먹기에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집 뒤에 심은 것들은 고라니 침략 후에 관리를 안했고, 볕이 잘 들지 않아서 내 마음처럼 자라지 않고 있다. 현재는 완전한 자연농 고추밭이 됐다. 나쁘지 않다.

오이는 집 뒤쪽에 두 자리에 나눠서 심었는데, 집 바로 뒤에 심은 친구들은 내일 모레면 몇 개 따 먹을 수 있는 지경이다. 다만 자연농 고추밭 바로 옆에 있는 녀석들은 아직 오이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자리가 안 좋은 건가?

토마토는 7월 중순이 지나면 큼직하고 빨간 녀석을 따 먹을 수 있을것 같다. 크게 신경쓰지 않고 키운것치고는 대단한 성과다.(아내의 얘기로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밤에 P형이랑 바다에 다녀왔다. 저녁에 바다에서 회나 먹자고 해서 아내도 함께 나갔다. 병어를 썰어 먹었다. 병어는 고소하다. 바다에서 바로 잡아 먹는 것들은 다 맛있다. 형이 반찬해 먹으라고 병어, 밴댕이, 새우, 꼴뚜기, 전어를 많이 줬다. 감사합니다. 종종 이렇게 얻어 먹기만 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한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20130708 - 먹고 놀기


오늘은 비를 핑계로 먹고 놀았다. 점심엔 아내랑 만찬을 차려먹었다. 저녁 먹고 조금 있다가는 꼴뚜기 썰어 넣고 김치 부침개 해 먹었다. 맛있었다. 먹고 노는 일은 참 좋다.

다만,
한적골 논에 안 갔다. - 날은 궂고, 이동수단은 두 다리 뿐이고 타이밍도 안 맞았다. 내일은 꼭 가자.

고구마 밭에 안 갔다. - 위와 같은 이유 + 어제와 같은 폭우에 돼지가 다녀가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에서 안 갔다. 내일은 꼭 가자.

그래도,
뒷밭에 도랑 치고 쓰러진 고추도 곧추 세웠다.

어제 심은 들깨는 다들 살았다.



20130710 - 논김을 매야하는데


엊그제 비가 많이 왔을 때, 당연히 한적골 윗논, 아랫논에 모두 물이 빵빵하게 찼을거라고 생각했더랬다. 아랫논은 그 아랫논으로 이어지는 파이프가 뻥 하고 뚫려서 물이 시원하게 새고 있었고 윗논은 어디로 샜는지 모르게 물이 말라있었다. 비 오는날 놀고 먹는 것도 좋고 교통수단이 없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걸어서라도 논에 갔었어야 했다. 윗논에 물 샌 곳을 못 찾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JS형한테 전화가 왔다. 표시를 해 두었으니 막으라는 것이었다. - 이것이 경륜이다. - 감사합니다. 드렁허리가 두 곳에 구멍을 내 놨다. 이제 배웠으니까 앞으로는 스스로 해결하자.

이렇게 구멍이 있으면
구멍을 막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막는다. 구멍을 막으면 드렁허리가 또 구멍을 내 놓는다고 한다.

논김을 매야 하는데, 이런저런 일로 계속 미뤄진다.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장마가 끝나기 전에 마치자. 천천히.

급하게 먹은 똥이 거칠다.고 들깨 심는 것 도와드리는 중에 KK할머니가 말했다.



20130711 - 고라니, 호랑이 소리


어젯밤에 개구리가 집에 들어왔다. 이러다 뱀도 들어오는거 아니야.하고 농담을 하고 넘어갔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다섯시에 뒷밭에 갔더니 고라니님이 강림하셨다. 나를 보고는 도망가다가 그물을 넘지 못했다. 얼른 포비를 풀어줬다. 포비가 쫒아가니까 놈은 그물을 넘어서 달아났다. 뒷밭에는 수수, 흰콩, 검은콩, 팥, 들깨가 자라고 있는데, 고라니님께서는 검은콩만 100여대 잘라 먹었다. 맛있었겠다.

그래서

먼저 다운 받아뒀던 호랑이 울음소리를 밭에 틀어놓는 플레이어 재생목록 중간중간에 집어 넣었다.

오늘부터 포비를 풀어놓고 자기로 마음먹었다. - 우리개는 짖지 않는다.

사흘에 한 번은 3~4시 사이에 일어나서 밭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으로

고구마밭에 돼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동물들이랑 같이 먹고 살아야지 어쩌겠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척 신경 쓰인다. 내 밭이 당하고 있는 것을 직접 목격한 탓이 크다. 작년에 서리태 심었다가 전혀 수확하지 못해서 올해부터는 콩 사 먹기로 했다는 동네 누나 얘기가 자꾸만 머릿속을 지나다닌다. 강원도 고성에 사는 형이 전화해서는 자기네 옥수수를 고라니들이 다 먹었다는 얘기를 무척 쿨하게 했다. 그럴수도 있다는 듯이 - 고라니가 옥수수도 먹는구나. -  나도 지나간 일은 쿨하게 잊고 앞으로 잘 하자.



20130713 - 장마, 상합(백합조개)


장마다. 이번주에만 일륜차가 두 번 넘쳤다.

비가 많이 왔지만 논도 밭도 무탈하다.  

그저께는 '타인의 삶'이란 영화를 봤다. 남의 삶을 훔쳐보는 이야기는 늘 재미있다.

어제는 하루종일 기타 연습했다. 나이 먹으면서 유일하게 느는것이 기타실력일까? 

오늘은 P형을 따라 갯벌에 나갔다. 마침 비가 그쳐서 하늘이랑 바다랑 갯벌이 아주 멋졌다. 그레질을 했다. 생애 처음으로 상합을 잡았다. 많이는 못 잡았지만 지후랑 실컷 먹을 만큼은 된다. P형이 상합이랑 꽃게를 추가로 더 주셨다. 너무 얻어 먹는다. 여튼 감사합니다. 기회 있을때마다 상합 잡으러 나가야겠다. 팔면 돈이 될 것이고 못 팔아도 지후랑 실컷 먹으니 좋다.



20130716 - 면회


인천구치소에 M아저씨 면회를 갔다. 5명이 갔더랬는데, 면회는 3명까지여서 나는 순번에서 밀렸다. 구치소 대기 창구에 마련된 종이에다(서신이라는 표현을 쓰더군) 편지를 써서 서신함에 넣었다.

서도면 농업인 상담소장인 김성진 형도 함께 갔다. 개발과 발전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그 형이 이런 얘기를 했다. 어머니께서 처음 전철을 탔을 때, 차표를 손에 꼭 들고 계시길래 왜 그래세요?라고 했더니 차장에게 차표 주려고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어머니께서 커피 자판기를 처음 봤을 때, 안에 있는 사람이 참 덥겠다.고 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인간이 어떤 새로운 상황과 조건에 적응한다는 것이 나이 먹을수록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나도 점점 그렇게 되겠지.

48년생인 M아저씨는 D할머니의 큰 아들이고 두 분이 함께 사시며 농사를 짓는다. 모내기랑 고구마 심는 일이야 동네 사람들이랑 이렇게 저렇게 마쳤다지만 M아저씨가 얼른 나오셔야 다른 일들도 돌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D할머니가 너무나 외롭다. 지나가다 들러봐야지 생각하면서도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 그래도 어제 선창에서 들어오는 길에 D할머니랑 오토바이 함께 타고 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내일 들어갈 때, 떡을 사가야겠다. - 내 생각에 볼음도는 외로움을 대표하는 섬인데, M아저씨의 부재로 인해서 D할머니, JS형이 무척 외롭고 늘 티격태격하던 O형도 무척 심심해 하는 눈치다. 나는 지후랑 함께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지후가 없었다면 볼음도에 들어오지도 못했겠다.

수인복을 입은 아저씨는 수척해진 얼굴로 동생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의 강직하고 고집있는 모습을 생각했을 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갇혀 있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다행으로, 아저씨께서 이달 말에는 보석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고 한다. 얼른 나오세요.

구치소 접견 대기 창구는 마치 은행이나 터미널 대합실같은 분위기다. 표를 뽑아서 볼일을 보고 상담창구로 들어가거나 표를 사서 개찰구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구치소 정문에서 출입하는 이들의 신분증만 확인하는 경찰관이나 접견 신청서를 접수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지하철 표를 팔거나 고속도로 톨비를 받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고 정리하는 분들과 같다는 생각도 했다. (내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직업이다. 병원에 가면 아픈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구치소에 가면 갇혀 있는 사람(범죄자?)이 이렇게나 많다니.하고 생각하게 된다. 안에 있는 사람도 밖에 있는 가족도 모두 고생이다.

예전에 영등포 구치소에 아버지 보러 갔던 일이 생각났다. 20살의 나는 아버지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아주 무뚝뚝한 아들이었다. 지금은 그냥 무뚝뚝한 아들이다. 

오훗배가 풍랑으로 결항됐고 서울에 와서 아버지를 만났다. 요즘 아버지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내 이름을 달고 일했던 시절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무척 애쓰는 중이다. 힘내세요.



20130718 - 해무


저녁마다 안개가 자욱하다. 섬이 작으니까 섬 전체가 안개로 가득하다. 이 안개 때문에 볼음도 쌀이 맛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파노라마 어플 테스트. 장맛비에 바다 쓰레기들이 백사장에 밀려왔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치우면 좋겠다.



20130720 - 파리


이 집에 사시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쓰시던 항아리에다 매실청을 담갔다. 지후가 두 항아리 담갔다. 항아리 하나가 새는지 아래쪽에는 개미가 득실거리고 주변으로는 파리가 많다. fly down - 후리 다운 - 을 설치했더니 금세 잔뜩 붙었다. 징그럽다. 새는 항아리는 위치를 옮겨야겠다.



20130723 - 답장


구치소에 계신 M아저씨한테 답장이 왔다. 먼저 JS형한테 온 편지를 읽었을 때도 느낀거지만 M아저씨는 글을 참 잘 쓰신다. 60대가 되면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걸까?

함께 일하면서 좋은 햇빛 받으며 웃을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랑 시골일은 시작과 끝이 없다. 항상 시작이고 끝이니 무리하지 말고 놀면서 천천히 일하라는 얘기가 계속 마음속에 빙빙 돈다. 나도 40대가 되면 좋은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12시까지 비가 왔다. 어제 중경제초기에 이상이 생겼는데, 용접을 해야해서 오늘은 논김을 못맸다. 대신 고구마 밭이랑 콩밭에 풀 뽑았다. 지후가 논에 김을 꼭 다 매야 하냐고 물어서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는 않지만 하면 나도 좋고 벼도 기분 좋은 것이다. 고구마 밭도 현 상태에서는 그냥 둬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풀을 뽑고 나면 나도 좋고 고구마 줄기도 기분 좋은 것이다. 그 뿐이다. 지금 정도로 일하는 게 M아저씨가 편지에 언급한 무리하지 않고 쉬면서 하는 정도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이제 햇빛 좀 봤으면 좋겠다. M아저씨가 나오셔야 해가 뜨려나?

물론, 이런 날씨가 일하기는 좋지만 몇몇 고춧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팥잎이 누렇게 된 것도 날씨탓이 아닌가 짐작해본다.



20130725 - 포비


포비는 태어난 지 5개월 조금 넘었다. 사람 나이로는 7살이다. 도사견 잡종 답게 크기도 엄청 크고 먹기도 엄청 먹는다. 진드기가 너무 많아서 내가 미친듯이 잡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볼 때마다 몸을 샅샅히 살핀다. 진드기는 엄청 징그럽지만 그래도 떼준다. 엊그제는 50마리 잡았다. 어떤 진드기는 피를 많이 빨아먹어서 콩알 만하다. 우리가 너무 못해줘서 진드기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주사를 못 맞춰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여튼, 진드기가 재발한 후에 목줄을 풀어줬다. 그랬더니 이놈이 무척 신났다. 

포비는 겁이 많다. 내가 목욕 대신 우물에 두 번 빠뜨렸더니 트라우마가 생겨서 내가 우물에서 물 먹고 올라오는 모습만 봐도 비칠비칠 뒷걸음 질을 친다. 진드기 잡는다고 에프킬러를 몇 번 뿌렸더니 내가 에프킬러 통 들고 '포비야'하고 부르면 나를 외면한다. 그렇지만 우리 개식구 포비는 귀엽다. 

밤에 고라니 보이면 잘 쫓고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내일 나가면 진드기 약 사올게. 에프킬러 뿌린건 미안해. 현재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단다.



20130727 - 안개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저녁마다 안개가 낀다. 5시가 넘으면 슬금슬금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가 밤 열시 정도가 되면 20미터 전방도 뚜렷하지 않다. 이 안개는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진다. 먼저도 적었었는데, 이 안개 때문에 볼음도 쌀이 맛있다는 얘기가 있다. 여전히 믿거나 말거나다.

우리 옆집은 빈집이다. 집 근처 가로등이 이 집을 비춘다. 밤에 호랑이 소리 틀으러 나가서 안개 구경을 했다.  



20130730 - 참외


참외 모종을 세 개 사와서 심었더랬다. 초반에 순을 잘못질렀더랬다. 참외는 못 먹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용케 참외가 열렸다. 얼른 장마가 끝나고 누렇게 익은 참외를 먹게 되길 바란다. 내년엔 수박에도 도전해 봐야지. 히히

 

20130731 - 장갑 2


오늘은 비가 안 와서 콩밭에 풀 뽑았다. 적당히만 했다. 내일도 비가 안 온다길래 집 밖에 장갑을 널었다.

포비가 점프해서 하나 물고 가길래 장갑 한짝 들고 쫓아가서 등허리를 때렸다. 포비는 얼른 물고 있던 장갑을 내뱉었다. 밤사이에 장갑들이 무사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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