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22 - 이사


이사했다.

어젯밤에 잠깐 짐을 쌌고 오늘 아침에 잠깐 차에 실었다.

외포리에서 순댓국을 먹었다. 먼저는 무척 맛있었는데, 오늘은 돼지 비린내가 났다. 순댓국을 사먹는 것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먹었다. 이런 각오를 빈번하게 한다.

이삿배를 탔다. 갈매기들이 많이 울었다. 갈매기는 끼룩끼룩 날고 끼룩끼룩 운다. 내게도 한결같은 뭔가가 있다면 좋겠다.

새주소는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리 385번길이다. 옆집과 우리집 사이에 우물이 있는데, 옆집이 빈집이라 우물은 우리꺼다. 마을분들 얘기로는 그 물이 무척 좋단다. 지금은 이끼가 많이 꼈다. 틈날 때마다 물을 퍼주고 언제 날 잡아서 대대적으로 청소도 해야겠다. 그러고나면 우물물을 먹고 살 수 있다. - 어느 아저씨는 개구리가 오줌을 많이 싸서 좋은 물이라고 했다. -

우리집은 심야전기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데, 겨울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물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수도가 얼어서 보일러에 물이 안 돌았다. 아저씨들 몇 분이 농협의 젊은 직원을 강제로 설득해서 대형 석유 난로를 우리집에 틀어주셨다. 하루만 틀어 놓으면 다 녹을거라고 하셨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는데, 수도가 하나씩 녹기 시작했다. 안마당의 수도, 부엌, 화장실 샤워기, 세탁기 더운물, 세탁기 찬물 순서대로 물이 나왔다. 와 신기하다. 그런데 화장실 물은 아직 안 내려간다. 화장실은 물이 아니라 다른 문제일 수도 있으니 내일 확인해 봐야겠다.

초지리 집은 나무 보일러가 나무를 너무 많이 먹었다. - 그 집의 화목보일러는 아무도 살지 않는 옆 방과 이어져 있다. - 그리고 천정이 너무 높아서 바닥은 따뜻해도 공기는 찼다. 볼음도에 이사온 첫날 우리 부부는 작은 전기장판을 깔고 딱 붙어서 자야한다. 바닥은 따뜻한데, 공기는 차다. 강화도에 와서 너무 춥게만 산다. 따뜻하게 자고 싶다. 역시 겨울보단 여름이다. 난방비 걱정을 안한다.

점심은 교회에서 저녁은 1리 이장님 - 이사용 트럭도 빌려주셨다. 감사합니다. - 댁에서 얻어먹었다. 호의는 그저 호의로 받으며 살아야지. 왜 우리에게 잘 해줄까?를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 내일 아침에 교회에 간다. 이장님 내외가 오라고 하셨다. 척사대회(擲柶大會 - 숟가락을 던진다.는 뜻으로 윷놀이 대회를 뜻한다.)를 한다. 왜 우리에게 잘 해줄까?를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 호의는 그저 호의로 받아야지.

인터넷을 설치했다. 이런 도서지역에 인터넷이 설치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너무 좋아.

지후에게 너무 고맙다. - 지금 추워서 잠바 입고 쪼그린 채 인터넷 하고 있다. -



20130223 - 어, 어, 어


내 이름은 어일운데, 어제랑 오늘이 어, 어, 어 하다가 갔다. 내일도 그럴까? 농사철이 아닌데도 하루종일 밭에서 일한것 마냥 피곤하다. 지금 엎드렸는데, 뒤돌아 누우면 바로 잠들겠다.

척사대회는 재미있었다. 상품을 걸고 남자대회 여자대회를 했다. 일등은 무려 전기밥솥이다. 마을 규모에 비해서 대회 규모가 크다. 대회가 벌어진 회관 앞에서는 돼지고기를 구워 먹고, 점심은 마을회관에서 먹고 중간중간 술도 먹었다. 전형적인 마을 잔치랄까? 전형적인 마을잔치 좋다.

대회가 끝나고 목사님이 기도를 마치고 사람들이 사라지고 우리도 집에 왔다.

어제 이사와서 집에서 한끼도 안 먹었다. 이 시간들이 얼른 지나가야 안정을 찾을텐데. 시간은 시간만이 해결해 주니까. 기다린다.

오늘들은 얘기 중에 '남의 인생이 우습게 보이면 자기 인생도 우습다는 거야'란 말을 새겨둔다.



20130224  - 교회


교회엘 갔다. 와 완전 적응 안돼. 교회 나간단 소리를 괜히했나 싶었다. 나는 괜찮아도 아내까지 말려들게 한것 같아 미안했다.
목사님은 세상을 살아가는 복을 바라느냐, 주님의 영광 바라느냐는 문제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다.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복을 바라기 때문에 오늘 교회에 간 것일텐데, 딱히 그런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린 결과다. 내 업보다. 

예배 시간엔 주님, 하나님이란 단어가 무척 많이 들린다 그리고 목사님이 뭐라 할 때마다 사람들이 아멘을 쏟아낸다. 그 아멘이 아, 네! 로 글려서 지후가 듣게 아네 라고 했더니 지후가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아내가 웃으면 기분이 좋다. ^^*

봄은 아직인데 아직 보일러가 안돈다. 집안 화장실에 호스 연결이 안돼 있는데 집 바깥에 화장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오늘 이사 후 첫 똥을 눴다. ^^*



20130225  - 명언


j 아저씨네 갔었다. 아침부터 소주를 한 잔 얻어 먹었다. 돈이 복이 되어 쏟아지라고 사진의 글씨를 적어서 붙여 놓으셨다. 아이디어 쩐다. 커피에 설탕을 넣지 않겠다는 p형에게 "당뇨도 아닌데 왜 설탕을 안 넣고 그냥 마시냐."는 명언을 남기셨다.



20130226  - 보일러 돈다


새벽에 깨서 이불 밖으로 발을 내밀었다. 내민 발을 바닥에 살포시 갖다댔다. 미지근하다. 어제는 똑같은 상황에서 얼음같이 차가운 장판에 발바닥이 놀랐더랬다. 아, 보일러 돈다. 이제 살았다. 머리도 감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다 잠들었다. 동네 분들이 보일러에 대해서 이런저런 조언들을 해주셨지만 본인이 사는 집도 아니고 보일러 전문가도 아닌 관계로 100% 해결이 되지 않았다. 보일러 AS센터에 전화했더니 강화도 대리점의 아저씨와 연결해줬다. 아저씨의 원격지시에 따랐더니 결국 밤사이에 보일러가 돌았다. 이런것이 직업이다.

오늘은 표고버섯 키울 참나무를 잘랐다. 표고목은 겨울이 올 때, 잘라놓고 잘 말려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봄이 와서 나무에 물이 오르기 전에 자르는 것도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한다. 표고버섯은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품목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은 한 것이니 내일부터 공부해야겠다. 아내가 버섯을 좋아하니까 상업적으로 재배하지 않더라도 배워두면 좋겠다. 강화산림조합에 전화해서 버섯종균도 주문했다. 한 상자(20판)에 7만원이다. 1판으로 1미터 크기의 표고목 10개 정도를 커버한다고 한다. 나무 자르는 일에 꼬박 하루를 더 투입해야 원하는 만큼의 표고목을 준비할 수 있겠다.

비가 왔다. 오후엔 안갯속에 비가 흩날렸다. 동네가 예뻤다. 



20130228  - 부정적인 마음


오늘도 참나무 잘랐다. o형님이 자르면 내가 정리하는 식이다. 200개가 필요한데 거의 다 했다. 나는 내일 오전에 강화에 가야해서 내일은 o형님 혼자 일하게 됐다. - 죄송합니다.

저녁엔 교회에 갔다. 삼박사일짜리 부흥회의 마지막 밤이었다. 낮에 동네에서 마주친 동네분들이 부흥회에 왜 안오냐고 했다. 애초에 오늘은 가려고 했었다. 근데 막상 갔더니 괜히 갔단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은 아내에게 무척 미안했다. 외부 교회에서 온 목사님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전도하라고 했다.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얘기들도 했다. 여튼 영 이질적이고 맘에 안 들었다. 앞으론 교회에 가지 않기로 했다. 동네분들과의 화합도 중요하지만 귀농해서까지 마음 생기지 않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밤에는 지후가 여기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넌 여기 평생 살려고 왔어? 라며 부정적인 얘기를 해서 살짝 빡쳤다. 왜 그런 얘길 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이사온 지 일주일도 안 됐다.

아직은 모든것이 어설프다. 그래서 걱정도 많겠지. 나도 걱정이 많은데, 아내는 더 하겠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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