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ys형 만났다. 그래봤자 며칠전이다. 내 구글 주소록에 영어로 저장된 넷 중에 한 명이다. 떠돌이 같던 인생에 지금 직장 알려준 고마운 사람이다. 한참 마시던 중에 형은 요새 이슈가 뭐에요?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 사람들 만나면 요즘 이슈가 뭔지 가끔 묻곤 하는데 없다고 대답하는 사람 처음 봤다. ys형은 집 살 때 진 빚도 다 갚았고 아내랑 같이 벌고 아이도 없으니 이슈가 없다고 했다. 와, 이슈가 없는 사람도 있구나.

내게는 크게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아버지랑 집이다. 곧 만 4년을 채우는 전셋집은 집주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고 나도 나갈 마음이 없기 때문에 자동으로 계약이 2년 연장됐다. 2년 후에 이사 가게 되면 전세 보증금 돌려 받을 수 있나? 하는 문제가 남았지만 일단 집 문제는 해결됐다. 치매인데 위암에 걸린 아버지는 아마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나의 이슈로 남을 거다. 2월 3일에 의사 만나서 검사 결과를 듣고 수술 등 날짜 잡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된다.

며칠 전에 아내한테 이슈가 뭔지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 없으니까 좋은건가? 혹은 체념인가? 아내는 말 길게 하기 귀찮아서 없다고 했을거다. 나는 나도 걱정, 아버지도 걱정, 엄마도 걱정, 나라도 걱정, 국제 정세도 걱정이다. 체념하는 삶을 사는 것 처럼 말하고 다니지만 걱정이 많으니 진짜 체념은 아닌가? 유명해지고 싶다는 열망을 여전히 갖고 있으니 체념은 아닌 것 같다. 그저 거짓말쟁이인가?

40대 중반 나이에 여전히 마음속에 열망이 꺼지지 않았다는 건 좋은 일인가? 당장 땟거리 걱정이 없으니 드는 배부른 생각인가?
잘 모르겠다.

p.s. 이슈의 반댓말은 체념인 거 같고 체념은 살아있는 모든 것의 반댓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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