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이 결정됐다. 우리나라 경기 말고도 몇 경기를 봤다. 축구는 공 하나 두고 차고 달리는 스포츠다. 예전에 어딘가 적은 적 있는데, 구기종목은 대체로 사람보다 공이 바쁘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 16강 진출하면 좋고 아니면 말곤데,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역대급 게임을 했다. 4년전 독일전이 끝나고 대단한 게임이었다, 가 머릿속에 훅 들어 왔는데, 그걸 갱신했다. 대단한 게임이었다. 일본이 철저하게 숏패스 게임 중심인데, 우리나라는 롱볼이 가능한 게 인상적이었고 수준이 많이 올라서 예전같이 '어이없는 실수'는 하지 않게 됐다. 그건 월드컵에 출전한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다.

 일본, 사우디, 호주 - 호주는 엄밀히 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사우디도 엄밀히 말하면 중동 국가니까 - 한국 사람들은 아시아라고 하면 동(남) 아시아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나도 좀 그렇다. - 아시아로 통칭하기로 한다. 이란까지 포함해서 카타르를 제외하고는 멋진 게임을 했다. 일본은 지금 스타일에 좀 더 거친 플레이와  롱볼(독일전 두 번째 골 멋있었음)을 가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시아의 젊은이들 화이팅.

 크로아티아 -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은 왜 이렇게 운동을 잘하나? 농구를 포함해서 흑인들 중심인 엘리트 스포츠 계에서 미국같은 나라한테 유일하게 비벼볼 수 있는 백인 나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다득점 팀은 아니지만 많이 먹어야 한 골 먹는 게임을 하는 팀. 이런 팀들이 토너먼트에서 오래 살아 남는다.

 스페인 - 일본보다도 더한 숏패스 축구, 코스타리카한테 7골 넣은 경기를 봤는데, 숏패스 버튼 밖에 없는 축구 게임 보는 줄 알았다. 토너먼트에서 더 올라가기 위해서는 특급 선수(음바페, 네이마르, 메시)  또는 몸빵형 스트라이커(여기에도 음바페는 들어간다.)가 필요했다.

 브라질, 잉글랜드 - 멤버 구성 좋고 공도 깔끔하게 잘 찼지만 두 팀 모두 자기들보다 좀 더 거친 팀들에게 졌다. 영국과 프랑스 게임은 내가 본 이번대회 베스트 게임이었다. 양 팀 선수들의 기술적인 부분은 같다고 보고, 영국은 음바페를 잘 막았지만 좀 더 거친 축구를 구사하는 프랑스가 이겼다. 브라질은 2002 월드컵때 뛰었던 호나우두 이후로 그런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항상 전력은 최상위권이지만 결승에도 못 가는 건 토너먼트에서 골을 못 넣기 때문이다. 프랑스처럼 거친 축구를 하는 크로아티아에게 패배. 

 프랑스 - 첫 두 게임을 보고, 이 팀은 질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선 마지막 게임에서 튀니지에게 졌지만 16강, 8강에서는 다시 이 팀은 질 것 같지가 않다는 포스를 풍김. 음바페는 혼자는 막을 수가 없음. 본인도 상대가 본인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뜀. 현재 세계에서 공 제일 잘 차는 선수가 음바페가 아닐까 생각이 듬.

 아르헨티나 - 질 것 같지 않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지저분하게(네덜란드와 8강전 개싸움) 올라온 팀들이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고 나는 여전히 메시가 좋다.

 스포츠는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경기가 재미있다. 그런데 만화 슬램덩크(대 산왕공고 전)에도 나왔지만 막상 강팀이 약팀에게 진짜로 지는 순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원래 강했던 팀이 승리하길 바란다. 브라질이 8강에서 탈락한 것에 대해 느끼는 실망감이 - 나만 그런가? 살짝 그런게 있다. - 그런 것이다.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이겼을 때, 와우! 하면서 환호했지만 아르헨티나가 16강에 못 올라가기를 바라진 않는 마음 같은 거랄까? 독일은 결국 16강에 못 갔지만 그럴만 했다.

 나에게 월드컵 축구는 못 사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 혼내주는 대회다. 식민지배를 받던 나라가 서구 열강을 축구로라도 때려 잡는 대회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맨발로 공 차던 아이가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축구 배운 사람들보다 돈 많이 벌어야되는 종목이다. - 아프리카 이민자 후손들이 프랑스, 독일 축구 국가대표가 되는 일 - 그래서 남미팀이나 동유럽팀이 서유럽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을 이기는 게임을 보는 일이 즐겁고, 아프리카 팀이 잉글랜드와 (특히)프랑스를 이기는 게임을 보는 일은 더 즐겁다. 질 것 같지 않은 프랑스는 예선에서 튀니지에게 졌고 4강에서 모로코를 만나는데, 모로코에게 지기를 바란다. 

 모로코 경기를 한 경기도 못 봤는데, 준결승은 봐야겠다. 위에 적은 글들을 종합해서 내 희망을 적어보면 모로코랑 아르헨티나가 결승에서 만나서 메시가 한 골 넣고 아르헨티나가 이겼으면 좋겠다. 

 21세기가 4분의 1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국가대항전이 유효하고 흥미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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