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6 - 일기

그때그때 2022. 8. 16. 20:18

뭐라도 적으려고 무작정 패드를 켰다. 무작정 살고 무작정 쓴다,면 작정이 있는 삶이고 난 그저 무작정 패드를 켰다. 이 글을 못 끝낼수도 있겠지.

무력, 무감정, 무정, 무작정, 무질서, 무기력, 그리고 인생은 미완성. 요즘 ㅁ의 길을 가고 있다. 언제부터 시작됐다. 항상 내 안에 잠재하지만 발현은 오랜만이다.

출근, 운동, 퇴근, 가끔 술, 무력, 무력, 무력 삶의 곳곳에 무기력이 널뛰고 있다. 그나마 운동 때문에 버티고 있는듯하다. 시간을 내서 체육관에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 나도 그 중에 하나라는 게 안도감을 준다. 출퇴근과 술자리는 그렇지 않다. 회사도 술도 재미없다. 회사는 술보다 재미없다. 술은 처음 몇 잔 마시는 동안만 재미있다. 친구가 삽당령에 다녀갔고 또 한 친구가 다녀갈거고, 나의 첫번째 자동차는 몇 년전부터 바꿀때가 됐지만 이제 정말 폐차할 때가 됐고, 엄마가 대뇌동맥류관련 보험료를 많이 타는 바람에 아내랑 나랑은 생명보험에 들었고, 아내는 생애 첫 보험가입이 내키지 않았지만 난 잘했다고 생각하고, 우크라이나 땅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기후파괴로 서울 강남이 물바다가 됐고, 뉴스에서는 침수된 자동차 중에 고가의 외제차가 1,000대란 말을 굳이 하고, 청주시도 물바다가 됐는데, 서울 강남 아니라서 뉴스에서 다루는 비중이 적고, 강릉은 6월에 많이 더웠지만 기후파괴를 심각하게 느낄 정도는 아니고, 아버지는….., 아버지는….., 아버지는 데이케어센터를 좋아하고, 혼자서 드실때는 뭘 드시는지 모르겠고, 아버지를 애정하는 둘째이모는 아버지의 치매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는 더 나빠진 것 같은데, 더 나빠진게 어떤건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고, 아버지는 정말로 멍~하고, 아버지야말로 ㅁ을 살고 있고, 아버지는 자다가 깨서 비 떨어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고, 그 모습을 본 엄마 마음은 심란 심각하고, 그래도 보험왕이 됐으니 덜 심각하고, 나는 집이 없어서 심각한데 더 심각한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 때문에 위안을 얻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집있는 사람들이 막 부러운 건 아니고, 어릴때부터 부자들을 싫어했고, 허리통증은 많이 나아졌지만 왼쪽 허벅지가 살짝살짝 저리고, 아내는 집에 없을때가 많고, 집에 있으면 예쁘고 잘 먹으면 사랑스럽고, 독서 모임이 아니면 책을 읽지 않고, 독서모임 덕분에 이상의 날개와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었고, 읽으니 어떤 생각을 하고, 그러니 아직 완전히 무력한건 아니고, 멍하니 있고 싶어서 유튜브 틀어 놓은채 진짜로 멍하니 누워있고, 닌텐도 스위치를 사서 끝나지 않는 모험의 세계에서 한동안 살아볼까 싶기도 하고, 새기타를 샀지만 기타를 많이 치지는 않고, 집에 비싼 악기 하나 정도는 장식으로 있어도 좋다는 누군가의 말을 생각하고, 밤에 잠 못드는 게 커피 때문인지 모기 때문인지 습기 때문인지 모르겠고, 그러다가 들이붓듯 술을 마시면 그날은 푹 자고, 인스타랑 페북을 끊었지만 별일없고, 그러니 처음부터 안했어도 되는건가 싶고, 출근하면 매일 같은 자리에서 같은 풍경을 찍고 그걸 왜 기록으로 남기는지 아직은 모르겠고, 가끔은 집에서 캔맥주를 마시고, 마시면서 세상의 모든 물건들과 그 경로를 생각하고, 기록에 남지 않은 신화도 떠올려보고 그 말의 이율배반과 언어의 근원을 생각하고, 나는 신화가 되기엔 너무 미래를 살고있고, 그 미래가 견고하거나 견실하지 않고, 내 삶고 마찬가지고,

세상살이가 다 바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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