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
희미한
풍금 소리가
툭 툭 끊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는 물음에 대해
다름 아닌 인간을 찾아다니며 물 몇 통 길어다 준 일
밖에 없다고
머나먼 광야의 한복판 얕은
하늘 밑으로
영롱한 날빛으로
하여금 따우에선
휴가
바닷가에서 낚싯줄을 던지고 앉았다
잘 잡히지 않았다
날갯죽지가 두껍고 윤기 때문에 반짝이는 물새 두 마
리가 날아와 앉았다
대기하고 있었다
살금살금 포복하였다
.....
....
...
살아갈 앞날을 탓하면서
한잔해야겠다
겨냥하는 동안 자식들은 앉았던 자릴 급속도로 여러
번 뜨곤 했다
접근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미친놈과 같이 중얼거렸다
자식들도 평소의 나만큼 빠르고 바쁘다
숨죽인 하늘이 동그랗다
한 놈은 뺑소니 치고
한 놈은 여름 속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사람의 손발과 같이 모가지와 같이 너펄거리는 나무가
있는 바닷가에서
민음에서 나온 '북치는 소년'
정말 좋아하는 시집인데, 나를 떠날때가 된 것 같다. '물통'같은 시가 시집의 첫 시면 당연히도 멈출수가 없다.
게다가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휴가'를 만나서 굉장히 기뻤다.
역시나 나는 바닷가와 인간, 사람.... 뭐 이런것들에 유독 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