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때문은 아니고 뇌에 찌꺼기가 있음.
경증치매고 PET상 알츠하이머로 보임. 젊으면 진행이 빠른 경우가 많음.
기억력약은 한알반 두 달 먹고 최종적으로는 두 알고 늘릴것임 - 현재 쓸 수 있는 약은 이것뿐
맥박이 느리다 - 계속 느리다면 약을 바꿀수도 있음
집에서 혈압 재볼 것 - 혈압약 받는 병원에서 혈압약 줄일 수 있는지 확인>
오늘 아버지 약타러 병원가서 의사에게 들은 내용이다. 동생은 충격을 받았고 나는 그러려니 하고 엄마는 여전히 보험료가 걱정이고 아버지에게 치매란 말이 나쁜 것이 아니고 아버지는 치매라고 하니 아버지는 그러려니 한다. 아버지가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라 좋다. 나는 아버지의 그러려니 하는 점을 닮았다. 술을 정말 잘 끊었고 약만 잘 드시면 된다는 얘기는 만날 때마다 열 두 번도 넘게 하고 있다.
아버지는 뭔가 깔끔하게 하지 못해서 그렇지 혼자서 씻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청소하고 혼자서 은행에도 간다. 오렌지를 사 드시기도 한다고 한다. 의사가 하루에 두 번 맥박을 재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혈압계를 사와서 혼자 해보시도록 했는데, 어설프게나마 혈압을 쟀다. 아침 저녁으로 체크라하니까 매일 저녁에 전화해서 혈압 체크했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 핑계로 하루에 두 번 전화하게 됐다. 잘된것도 잘못된것도 없다. 아버지 머릿속에 찌꺼기는 물건의 명칭을 관장하는 부분에 쌓인것인지 물건, 운동 갔다온 장소, 매일보는 드라마 제목 같은 건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 기억하지 못하는게 아니라 머릿속엔 있는데 말로 안나오는 건가? 그게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이틀에 한 번은 아버지를 만나는 둘째 이모는 아버지 만나면 많이 답답하다고 하는데, 나는 자주 보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니까 아버지는 원래도 약간 어설펐으니까 아버지가 많이 답답하진 않다. 엄마는 아버지 만나러 서울 온 날은 잔소리를 많이 해서 저녁때가 되면 목이 쉰다고 한다. 사랑인가? 기대인가? 욕심인가? 암튼 엄마도 그런 마음을 조금은 놓아야 한다.
어제 고교동창들 만났다. 대충 27년 된 사이다. 5인방 중에 넷이 만났는데, 먼저 강릉에서 NH만났을 때도 말했던 거지만 특별히 생활고에 시달리지도 않고 감옥에 가거나 크게 다치거나 죽은 일도 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다들 이 세상에 잘 안착했다고 해야 하나? 이 얘기를 했더니 KH가 맞다면서 그렇지만 그러니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아버지는 구치소도 갔다오고 일리걸로 미국에도 갔다오고 빚에도 시달리고 생의 말년에는 치매에도 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잘못하거나 잘못된 일 없이 살았다는 생각이다. 예외도 있겠지만 살아있으면 온전하게 산 것이다. 언제부턴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다.
아버지 파이팅!!
-> 목이대병원근처 열영합발전소 굴뚝. 서울 살때 많이 좋아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