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발을 먹다
족발을 먹는다
마늘족발 대(大)자
전화한지 삼십분도 안되서
1.8킬로미터를 달려오는 배달민국
족발은 서민음식이라는데
얼마부터 얼마까지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서민 음식인가
나는 서민인가
족발, 쟁반국수, 국수 소스, 새우젓, 상추, 배추, 마늘, 고추, 된장, 콜라까지 모든것이 플라스틱 안에 들어있다
무언가를 플라스틱과 함게 먹는 일은 의식조차 못할만큼 익숙하다
위쪽에 살점을 다 먹으니 바닥에 뼈가 보인다
발가락 뼈도 있고 종아리 뼈도 있다
애인과 마주앉아 뼈를 잡고 살을 뜯는다
사랑은 육식을 닮았다
앞다리든 뒷다리든 상관없이 맛있다
국산이든 수입이든 상관없이 맛있다
눈 앞에서 먹으니 그게 사랑인가
애정하는 것은 돼지고기인지 당신인지
둘 다 아니면 허겁지겁 족발을 먹는 나인지
먹기 위해 키워지는 것과 먹기 위해 사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족발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