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영 이발소

친구와 이름이 같다
그래서 찾아갔지만
그래서 단골이 된 곳은 아닌 곳
6.25. 전쟁 전후로 태어난 아저씨들의 사랑방
순서를 기다리거나 머리를 자르며 항상 듣는 이야기
누구누구 장사치렀잖아
그 집이 형제가 몇이잖아
죽음이 자연스러워진 사람들의 말
나도 언젠가는 그리로 갈 테니
이발소에 다니는 일이
아저씨들 이야기를 듣는 일이 어색하지 않다
미끈하게 면도까지 마치고
얼굴을 쓰다듬으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드는 곳
돈 천 원 정도는 다음에 올 때 갖다줘도 되는 곳
늙은 손과 날카로운 칼에 얼굴을 통째로 맡기고도
깊게 내뱉는 한 번 숨으로 편안해 지는 곳
고맙습니다 머리 숙여 인사하고 나오게 되는 곳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