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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 올해

그때그때 2014. 12. 29. 22:21

 한 줄로 정리하면, 볼음도에서 나왔다.

 두 번의 벼농사와 두 번의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서 한 생각을 한 줄로 정리하면, 수입이 없으면 농사일이 아무리 즐겁고 마음이 편해도 결국은 즐겁지 않다.

 

 어울림 학교에서 중학생들과 함께 미디어 수업을 했다. 정말 즐거웠다. 내가 이 친구들을 기억하듯이 이 친구들도 나를 기억해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한해에 7만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썪어빠진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런 중에도 어린 친구들이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어도 너희들의 미래는 있다.고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년에는,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 산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살아야겠다. 볼음도에서는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살 수 있어서 좋았다. 먼저 녹평모임에서 어쩌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이미 이러한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하는 일을 철저히 하라.는 얘기를 오늘 만난 선배에게 들었다. '삼시세끼'의 이서진이 꼼꼼하게 그릇을 닦아내듯이 나도 철저하게 일상을 살아야겠다. 

 

 

 지난 주말에 친구 y네 집에서 친구 건쓰짱이랑 술을 마셨다. 술이 많아서 비싼 순서대로 이술저술 먹다보니 건쓰짱이 많이 취했다. 취해서는 전기인간을 찾더니 전기인간 프랑켄슈타인에게 2차를 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을 얘기했다. 친구야, 넌 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니? 건쓰짱은 중학생 때부터 책방 주인이 꿈이었다. 지금은 건설현장에서 무협지를 읽는다. 우리들은 각자의 아내에 대해서 성토하면서 조금씩 무너져갔다.

 얘들아 내년에도 예전처럼 잘 지내자.

 

 지난주의 어느날에는 DS에게 이런말을 들었다. "지금 대통령이 딱 지금 우리 국민의 수준이다." 이 말을 팟캐스트에서도 많이 듣고 여기저기서 댓글로도 많이 읽었다. 친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수긍했지만 지금이 우리 수준이라고 얘기하는 순간 그것이 우리 수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나는 체념과 방관이 싫다. 내일 DS를 또 만나게 될텐데, 우리의 정치수준에 대해서 다시 얘기해보자.

 

 올해 마지막 일기가 횡설수설이네. 내년에도 횡설수설 살겠구만. 히히히.

 

 

 

 

  

 

AND

 볼음도에서 나온지 한 달도 넘었다. 시간의 속성중에 속절없음이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다시 생각한다.

 면허증 갱신 했고 일반 건강검진을 받았다. 지난번 건강검진 때보다 체중이 많이 늘었다. 그런데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없다. 그냥 느낌대로만 살아도 괜찮을까? 주변 사람들 중에 결혼하고 체중이 늘어나는 사람들이 많다. 더 이상 이성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체형 관리를 하지 않는 것도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겠다.

 김포, 강화, 일산에 초대를 받고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살고 계신 어떤 어른들은 나랑 지후가 자신들이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응원해 주시고 부러워한다는 것을 안다. 양현석이 힐링 캠프에서 자신의 전재산과 빈털털이인 젊음을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무척 공감한다. 청춘으로 일년을 사는 것과 나머지 여생을 다 바꿔도 좋은 때가 내게도 찾아올 것이다. - 초대와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젊은날을 즐기면서 살도록 하겠습니다.

 집 알아보러 강릉에 두 번 다녀왔다. 촌에 사느냐 시내에 사느냐를 결정해야 하고 전세냐 월세냐, 차를 사느냐 마느냐, 삼촌과 함께 농사냐 그냥 취직이냐 등을 결정해야 하는 마음 심란한 강릉행이었다. 시내에서 자동차 없이 전셋집을 구해서 직장에 다니기로 결정했다. 시골 삼촌이 농사 안 지을거면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다가 내려오라는 얘기와 강릉와서 설렁설렁 살면 본인 뿐 아니라 아버지도 욕 먹는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많이 심란했지만 언제나처럼 마음을 다잡았다. - 삼촌, 저 잘 할게요. 돈은 못 벌겠지만 설렁설렁 살진 않을거에요.

 며칠전에 아버지가 보쌈 사주셔서 아내까지 셋이 맛있게 먹었다. 아버지랑 소주도 한 병씩 마셨다. 둘 다 술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둘이서 마셔본 건 처음이다. 아버지도 그 사실을 아실까? 아버지는 우리가 농사 지으면서 살기로 한 것에 대해서 잘 생각했다며 응원한다고 하셨다. 부모가 자식의 삶을 응원하는 것은 자식 입장에서 무척 기분 좋은 일이다. 그건 그거고 아버지랑 술잔을 앞에 두고 마주앉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리라.

 친구들을 만났다.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아내와의 불화가 주요 주제다. 다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어차피 혼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결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내가 술자리의 주제라는 것만으로도 아내에게 감사해야할 일이 아닐까? 결혼은 원만하게 성립되는 성질의 것인데 그렇다면 이혼은 무얼까.하고 생각해본다. 가정법원의 판사라면 답을 알 것이다.

 엊그제 인제 사는 bk형의 전화를 받았다. 형은 많이 취해 있었다. 형은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사람이 왜 人자를 쓰는 줄 아느냐, 인삼이 왜 人자를 쓰는 줄 아느냐 , 인삼 뿌리가 왜 일자로 뻗어 있지 않고 갈래갈래 퍼지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인삼이 쓰러지지 밀라고 그런 것이라고 했다. - 형 인삼은 땅에 묻혀 있어서 쓰러질 일이 없습니다. - 그리고는 물건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은 쓰러지면 못 일어난다고 했다. 뒤이어서 쓰러져 본 사람만이 다시 넘어지지 않는 거라고 했다. - 형, 사람은 쓰러지면 못 일어난다고 방금 말씀하셨습니다만. - 그리고는 형이 많이 힘들다며 연락하고 지내자며 전화를 끊었다.

 bk형이 하고 싶었던 말은 人 자가 작대기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받치는 모양인 것이 서로 기대어 살아야 쓰러지지 않는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맥락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 토마토 값이 안 좋아서 괴롭고 겨울에 쉬지 않고 돈 벌러 객지에 나와 있는 것이 외로워서 전화하신듯 하다. 외로워서 나한테 전화를 하는 형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외로울 때 생각나서 전화를 거는 사람이 또 그 전화를 받는 사람이 친구다.

 나는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좋고 놀 때 함께 노는 게 좋다. 물론 삶이란 게 나 좋은대로만 되진 않는다.

 공중 화장실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하는 너무도 풍요로운 이 시대를 사는 것이 대상도 없이 미안하고 불안할 때가 많다. 평생을 내가 갖고 살아갈 마음이다.

 출도 후 한 달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이것저것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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