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2014/11 | 6 ARTICLE 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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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9 - 새벽

그때그때 2014. 11. 29. 03:55
일찍 마신 술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친구 집임을 알고 안도했다. 모두 잠든 고요속에 내 머릿속만 총명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내 바지 주머니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나도 모르고 바지도 모른다. 이대로 침묵의 세상으로 달아날까?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 일이 쉽지 않다.

세월호를 생각한다. 참으로 일어난 참혹한 일을 참사라고 한다. 자기 아이가 죽은 일을 참사라고 하면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생각만으로도 몸이 찢기는 듯하다.

'내 자식 소중하면 남의 자식 소중한 것도 알아야지.'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졌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세월호는 남의 자식, 남의 것 소중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 나라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겹다는 말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이 뉴스에서 나오고 박씨는 경제 문제로 골든타임을 언급했다. 그 주둥이를 잘라서 술안주로 구워 먹으리라.

무력하다. 내 몸과 마음도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

대체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이 희망이란 말 속에만 있을 때, 절망은 한 걸음만 내딛어도 온 몸에 와 닿을 때, 세상이 다 죽은듯한 시간에 혼자서 말똥말똥 할 때, 나는 아무것도 노래하고 싶지 않다.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계기만 기다리는 내가 참으로 병신같다. 빙구, 멍충이, 음식물 쓰레기같은 나를 본다.

허기가 밀려들지만 물만 들이키는 새벽이다.
AND

쉬워 보이는 길과 어려운 길이 있다.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면 예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면 예상했던 어려움과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계획된 인생을 원한다면 후자 쪽를 선택하겠지만 삶이란 계획이 소용 없는 것임을 안다면 양쪽 모두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나는 굳이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고 하나?

뭐든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 집을 구하고 땅을 얻고 돈벌이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까지, 모든것을 온전히 내 힘으로 해 보고 싶다.

어제 아침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안 좋았다. 껍데기부터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데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을까. 내 안의 무언가를 바꾸기 위한 노력도 귀찮을 때가 있는 법이다.

아직은 좀 더 애를 써보고 싶다.


집 구하러 강릉에 왔다. 고향 같은 곳이라 마음이 편하다. 아내도 나랑 같은 기분이면 좋겠는데, 그렇질 않다.

친구 내외랑 술을 마셨다. 내외가 다 친구다. 친구가 시나리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일단은 발을 들였다. 기분이 좋다. 나도 12월 중에는 셋집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될 거다. 그러고나면 강릉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미래는 어차피 불확실한 것이니 막연한 기대를 갖고 불확실함을 즐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처럼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법이다.

끝 없이 추락하는 앨리베이터도 언젠가는 멈출 것이고 망망대해를 떠돌던 조각배도 계속 노를 젓다보면 어딘가에는 닿을 것이다. 그곳이 침몰한 후에 닿는 바닷속의 끝이라해도 말이다.
AND

1년 9개월만에 다시 이삿배에 몸을 실었다.

볼음도에서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질 않네. 그저 덤덤하다.

이 배는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기왕이면 미래로 데려다다오.

엊그제 회관에서 할머니들이링 밥 먹었다. 오늘은 이사 나가는 날이라고 할머니들이 국수 끓여주셨다. 니미럴 정들여 놓고 나가는 놈이 나쁜 사람이여.란 얘기를 들었다. 할머니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젊은 사람들 농사 짓는다고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kk할매는 정들면 이별이고 인생 살이가 그런거라며 눈물을 보이셨다. 지후도 눈물을 보였다.

망고는 결국 못 데려갔다. 고양이 가방에 가뒀던 놈을 잠깐 풀어줬더니 나무에 올라갔다. 그걸 본 아내가 마음이 약해졌다. 망고야 네 덕분에 지난 여름부터 쭉 즐거웠단다. 자유와 밥 중에 자유를 택했으니 자유롭게 살아라.

엊그제 저녁에는 동네 형들이랑 통닭을 먹었다. 폐만 끼치고 가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제가 없어도 그렇게 표가 나진 않을거예요. 벼농사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볼음도 시절이 이렇게 간다.

어떤 기간들에 대해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다.

혼자 강릉에 내려가서 살 때 정주하는 삶을 갈구했었는데, 거처를 자주 옮기다보니 그 마음이 흐릿해졌다. 떠돌이 한평생도 좋지만 네이밍만 나중에 어딘가에 써 먹고 강릉에선 정착을 하자.

지후야, 나만 믿어라. 나도 너만 믿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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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누군가에겐 고맙고
누군가에겐 미안한 일들이 엉켜 있다

세상에는 어쩌면 이리도
고맙고 미안한 일 밖에 없을까

나의 모든 고마움과 미안함이 사라지는 때가
나와 나의 세상이 사라지는 순간일 것이다

그저

나는 당신들이 고맙고
당신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살아간다는 것이
누군가가 고맙고 누군가에겐 미안한 것이라면

나는 그저

당신이 고맙고
당신에게 미안할 뿐이다

 

 처음으로 뭔가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런 걸 썼다. 아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는 좋다. 볼음도를 떠나려니 여기저기에 고맙고 미안한 일들이 많다.

AND

가을 하늘

 

슬픔이 없는 가을 하늘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만이 그 눈물을 보았다
구름 끝에 맺힌 눈물을 쇠기러기 떼가 지우고 갔다

내일이 없는 우리를 위해 오늘도 해가 진다
바다 너머로 태양이 사라지고 나서야
넌 웃음을 보였다

내일이면 사라질 그 웃음속에
오늘도 나는 잠 못 이룬다

절망조차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이번 생이
나는 너무도 가엽구나
너무도 가여워서
우는 법 조차 잊었다

네가 사라진 가을 하늘에서 눈물이 흘렀고
오직 나만이 그 눈물을 보았다

AND

 운이 좋아서 농사 첫 해부터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지었다. 운이 좋아 농사 첫 해에 논을 4200평이나 얻었다. 작년에 논 세 자리 중에 1800평짜리 한 자리 농사를 망쳤다. 물달개비가 논을 뒤덮었다. 콤바인을 운전한 이장님께서 그래도 나머지 두 자리에서는 평년만큼 나왔다고 했다. 

 정확하게 조사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정부에서 발행하는 농산물 소득 자료에 의하면 벼농사는 평당 2500원이 남는다. 근데 그게 자기 땅에 자기 기계로 농사 짓는 경우다. 남의 땅에 남의 기계로 농사 지으면 평당 1000원이 남는다.

 작년에는 벼를 전량 수매하지 않고 3분의 1 정도는 직접 팔았다. 택배비 포함해서 4만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이었지만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주셨다. 덕분에 평당 1000원 정도는 남았다. 작년도 유기농 쌀 수매가격은 80킬로 한 가마에 235000원이다. 10킬로에 30000만원 정도다. 이게 한살림에 가면 38000원에 팔린다.(40000원으로 올랐을까?)

 인천의 학교 급식에 타지 쌀을 쓰도록 하면서 농협에서는 팔기 어려운 유기농 벼를 아주 소량만 수매한다. 그나마 그것도 가지고 있다가 몇 억씩 손해를 보고 판다. 그 손해를 이자놀이 한 돈으로 메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볼음 2리 친환경 작목반에서 나오는 쌀은 농협이 아니라 강화의 다른 곳에 수매한다. 그런데 이 곳은 수매 대금이 없다. 수매 대금이 없다보니 쌀값 지급이 늦어지고 수매 대금이 없다보니 창고에 쌓여있는 벼를 담보로 농협에 대출을 받는다. 농민들은 해가 지나서 쌀값을 받고 그러다 보니 농협에서 빚을 내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정말 거지같은 악순환이다.

 

 올해는 작년에 잘 안됐던 논 한 자리를 줄이고 2400평만 농사 지었다. 물이 적었지만 다행이 수확은 작년만큼은 된다. 그리고 올해는 이사 문제 때문에 수매 대금이 없는 줄 알면서도 내 벼를 작년의 그곳에 수매했다. 

 얼마전에 동네 소방대 회의 때문에 동네 벼농사 짓는 분들이 다 한자리에 모였다.(소방대=벼농사농부=교인=청년회, 볼음도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다.

 

 - 농협에서 친환경 벼는 수매량을 정해서 받아준다. - 즉, 나머지는 알아서 팔아야 한다. - 이래서 친환경 농사 짓겠나? 친환경 안 지으면 쌀시장 개방 때문에 나중에는 쌀 팔기 더 어려워질수도 있다. 정부에다 얘기해서 민통선 지역 쌀 전량 수매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거 지정하자면 어려운 점이 많다. 올해 풍년인데, 농협에서 다 사주는 것이 아니니 풍년이라고 좋은 것도 아니다. 강화군친환경 농민회 쪽을 통해서 한살림에 나가는 쌀값도 쌀을 팔아보고 내년 3월에 준다더라. 이래서야 농협에다가 파는 것만 못하다. 유기쌀도 한살림에 나가는 가격과 다른 생협에 나가는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유기농사 짓는 사람들끼리도 가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 지금 무농약인 논들을 내년에는 다 유기농으로 바꾸면 어떨까? 내년부터는 인증받을 때, 잔류농약 검사 비용을 농민들이 내야한다. 이래서 친환경 하겠나. 기술센터에서 하는 잔류농약 검사로는 친환경 인증을 못 받는다더라. -

 

 나라에서 농업을 버리니 농민들은 삶도 마음도 점점 팍팍해져 간다.

 나만해도 어떻게든 나라도 살아봐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고 여기저기 논이 싼 도지에 나올 때, 그 논을 임대해서 GMO 아닌 벼로 유기 벼농사를 짓고(GMO문제도 언제가 한 번 써야겠다.) 직거래로 판다.

 결국 올해 꼴랑 2400평 농사 지은 쌀값을 언제 받을지 모르게 됐다.

 뭔가 많이 잘못됐다.

 

 낙관(樂觀)과 적당히 대충을 헷갈리면 안된다.

 비관(悲觀)과 철저한 준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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