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밥을 먹고 옥상에 올라왔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마지막 담배를 태우는 지금을 마음속 깊숙히 담아운다
들이킨 연기들이 마지막 인사를 폐속에 새긴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눈을 뜨고 밥을 먹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고
거나하게 취하고 그래서 토하고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해장술을 먹고
어느 선술집의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비를 피하고
키스를 하고
네 몸에 내 몸을 찔러 넣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배가 고프고 마음이 텅 비고
잠을 자고 다시 눈을 뜨기까지

너와 함께한 순간들은
나의 일상은
나의 인생은
이제 어디에 기록될까
어떻게 기억할까
기억조차 거부하는 삶을 살까

오늘 담배를 끊었다



- 열심히 하자는 결심으로 어쩌다 하나씩이라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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