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려고 집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으려다가 휴지가 없다는 게 생각났다. 종이 쌓아둔 곳에서 신문을 한 부 가지고 나왔다. 4절지 모양으로 접힌 곳을 북 찢어서 그걸 다시 반으로 접고 접힌 곳을 또 북 찢고 그걸 구겨서 똥을 닦았다.

신문 종이는 한 번만 접어도 그 모양대로 찢긴다. 접는대로 접히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결대로 사는 것은 중요하다. 무언가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 내 똥 닦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 구겨질 땐 구겨지는 것도 필요하다.

아침에 여기까지 썼다.

여름 휴가철이라 섬에 손님들이 꾸준히 들어온다. 우리(작목반 또는 o형) 손님들도 있다.

차도 없는 내가 우리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 o형과 섬 밖에 있는 형들과 다른일로 바쁜 아저씨들에게 손님들을 태울 차를 빌리러 가야 하는 것일까? 오늘은 차량 섭외를 똑바로 안 한다는 군소리까지 들았다.

엊그제 지후가 나한테 화를 냈고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란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도 이미 그런 나이(상태)다. 결국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다. 그저 뚜벅뚜벅 걷는것도 쉽진 않다.

그래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그때그때 변하긴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있다. 인간들에게 치이고 시달리지 않으리라.

똥 휴지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다. 연결고리가 있을까?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일기(글)를 원한다. 인생이 그렇지 않는데 그게 가능할까?

아침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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