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녹색평론 모임이 있다. 모내기 기간이지만 꼭 참석하려고 한다. 이 달에는 '농촌과 공동체'를 주제로 각자의 생각을 나누기로 했다. 모임 전에 공동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내가 꿈꾸는 공동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질 않았다. 공동체에 대한 어떤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없는 것은 나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

 서로 물질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없어도 그냥 상대방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런 마음이 들게끔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본디 잇속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그런일은 없을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최대치는 가장 편한 친구처럼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함께 일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자주 노는 것이다. 일은 각자 하더라도 놀 때 함께 논다.는 말이다.

 각자도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을 그린다.는 뜻이다. 요즘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말이다. 엄기호 씨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면서 알게 됐다. 좋게 얘기하면 각자 알아서 행복을 찾아가자.고 나쁘게 말하면 나만 아니면 돼.다. 박명수의 유행어가 괜히 탄생한 것은 아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사람들을 각자도생으로 몰아가고 그 안에서 살아온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의 최대치가 자주 얼굴보고 노는 것이다. 그럼 이것으로 막 나가는 국가와 시스템을 그냥 두어도 좋은가? '용산'을 '세월호'를 수 많은 억울함을 그냥 잊어도 좋은가?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을 가진 내가 아니라고 대답할 자격이 있는가?

 '매트릭스'에서는 소수의 사람들과 한 명의 영웅이 세상을 바꾼다. 그들은 진실을 핑계로 다수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버렸다. 현실에는 영웅이 없다. 영웅이 없는 현실에서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불편한 진실을 깨뜨릴 수 있는가? 그 진실이 진실인가 아닌가? 설국 열차는 그 걸음을 멈추어야 했나?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말은 모든 풍요를 누리며 생태와 환경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시스템)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행사한다. 재벌, 관료, 자본은 자신들이 그 시스템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도 이미 시스템에 흡수된 노예다. 이 노예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데만 몰두한다. 세월호 사건이 그런 행태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무얼 하고 있나? 우리는 무력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가?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는다. 의문은 끝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시간조차 영원하지 않다. 모든 우연은 필연이며, 모든 필연도 우연이다.

 오늘은 고구마 심을 밭 두둑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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