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마지막으로 의용소방대 근무가 끝났다. 원래는 셋이 소방대 사무실에 모이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마지막 두 번의 근무는 k형이랑 둘이 섰다. - 근무를 서다. 라는 표현에서 '서다'에 대해서 잠깐 생각한다. - 덕분에 k형 얘기를 많이 들었다.

k형 아버지, 어머니는 형제들 중 유독 k형에게만 엄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서는 본인만 어디서 주워온 자식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형이 7살이던 어느날, 함께 놀던 동생이 둠벙에 빠졌다. 함께 잘못해도 본인만 혼나는 처지가 싫었던 k형은 동생이 죽어버렸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그 상황에서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오늘 집에 가면 아버지에게 죽도록 맞겠구나.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동생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간 그날은 부모님께 맞지 않았다고 했다. k형은 자신이 해병대에 간 것도 부모님이 군에 가서 매 맞으며 고생할 본인을 안타깝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결국 군대에서 무릎을 다쳤고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다른 형제들은 섬을 떠나고 k형이 부모님을 모시게 됐다. 세월은 흘러 부모님은 돌아가실 나이가 됐다. 형은 부모님께 생선과 농산물을 충분히 드렸다고 했다. 부모님은 그것들을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에게 보내는 걸로 모자라서 번인들이 농사지은 것도 보내기 위해서 힘든 몸을 이끌고 밭일을 했다고 한다. - 그것이 평생 몸에 밴 생활이었기 때문이었을거다. - 형은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게 싫어서 동생들에게 충분히 보낼만큼 자신이 더 많이 드릴테니 밭일은 그만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랬음에도 고추밭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그게 너무 얄미워서 트랙터를 끌고 고추밭 옆을 지날 때, 아들 주려고 박카스 병을 들고 트랙터 쪽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를 못 본 척 외면했다고 했다. 머지않아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k형은 박카스를 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결론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교회 사람들이 정성껏 장례를 치르는 것을 보고 k형이 교인이 됐다는 얘기다. 이후로 이 형은 술, 담배 다 끊고 기타도 치고 교회 성가대도 한다.

남 얘기 듣는 것은 재미있다. 어제는 마음 아프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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