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 반에 일어났다가 7시 13분에 잠들었다. 여덟시에 어느집 일 도우러 가기로 했다.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7시 13분이다. 더 잘까, 양치질 하고 이웃집에 쌀 가지러 다녀올까를 고민하다가 눈을 감았다 떴다. 벽에 걸린 시계가 여전히 7시 13분이다. 또 먼저했던 생각을 하다가 눈을 감았다 떴다. 이짓을 무한반복하다가 아차, 싶어 일어났더니 여덟시네. 얼른 집을 나섰다. 가위 눌린 게 참 오랜만이다. 7과 13을 포함해서 로또 번호를 완성해야 하나? 그래봐야 숫자 두 개만 맞을테니 관두자.

언제부턴가 토요일 저녁이면 로또 당첨 번호를 확인하고서 이번주에도 안 사길 잘했다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돈에 대해서 생각하건데, 난 정말 돈을 많이 벌거야. 하고 투철하게 마음 먹은 사람은 돈을 많이 번다. 투철한 마음이 중요한데, 서울대 갈거야. 하고 공부해서 기어코 서울대에 가는 정도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다들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지만 투철한 마음가짐을 겸비한 사람은 백에 하나일까?

사람 마음이란 것이 세상사 이 풍파, 저 풍파, 이런저런 유혹들 앞에서 흔들리고 변하게 마련이다.

나는 투철하지가 않다.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이루었으니 이제 이 삶을 안정시키고 싶다. 그래서 돈 생각을 했나?

3월에 계속 기분이 안좋다. 시간이 답이 아닌거라 더 답답하다.

이런 와중에도 마을 회관에서 동네할머니들이랑 환담을 나눌때는 기분 좋았다. 오늘은 '장구지 동자' 라는 - 우리집이 우물(정구지)옆임 - 새 호칭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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