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3

그때그때 2012. 10. 13. 13:34

이번주에도 이 아파트 저 아파트를 돌며 벽지에 주사기를 갖다댔다. 8시 출근 8시 퇴근의 루틴이 깨져서 힘들다. 하지만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면 피로로 인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지친몸을 이끌고 퇴근하겠지. 인생은 이런식으로 과거의 어떤 지점을 그리워 하는 것의 반복인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 1위는 개새끼.고 2위는 하기 싫어.다. 애도 있는 사람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 나한테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욕이지만 듣기 싫다. 한 마디 쏘아 붙일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그냥 참는다. 인내 스탯은 내려가고 분노 게이지가 점점 찬다. 여튼 나랑 같은 조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랑 같은 조인 양반은 나이 서른 둘에 아이가 셋인데, 입버릇처럼 아이 하기싫어.라고 한다. - 듣고 있는 나는 네가 싫어진다. - 하지만 일 하는 중에 그 얘기를 들으면 그냥 웃고 만다.

어제는 용인에 왔다. 마침 레밍네 집 근처라 만날 약속을 잡아놨다. 그랬는데 갑자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부장한테 직접 전화할까 하다가 욕쟁이한테 전화해서 6시 반에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 만나러 가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고생하고 회사 생활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빈정대듯 묻는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차가운 말투로 남은 사람들에게 안 미안하고 - 늦게까지 하면 수당을 더 받을테니 - 내가 생각하는 회사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 내가 있고 회사가 있다 -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자꾸 앞선 질문을 반복하길래 그럼 오늘은 6시 반에 들어가고 내일은 쉬겠다고 했다. 이 부분이 안 좋았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묻길래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고 했다. 결국 친구들을 잘 만나고 오늘 출근하긴 했는데, 나이 먹고 나이도 어린 양반한테 빈정대듯 차갑게 말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냥 잊어버리자.

넘어가고

레밍과 DS가 택시에서 내린 나를 돈가스집으로 대려갔다. W형이 주인이었다. 한 동네 사는 레밍도 어제 우연히 알게됐다고 했다. 얼마전에 결혼했단 소식은 들었었는데, 부인께서 홀에서 일하고 있었다.

돈가스랑 맥주를 실컷 얻어먹고 가게가 파한 후에는 꼼장어도 얻어먹었다. 형한테 얼굴이 많이 유해진 느낌이 든다고 했더니 영화를 놓아버리니 편해졌다고 했다. - 형, 정말 잘하셨어요. - 영화를 놓으니 롯데가 플옵에 간다는 농담을 던졌다. 형수에 대한 간략한 정보도 얻었다.

형과 헤어지고 우리 셋의 대화가 재미있었다. 역시 외로울 때는 제주도에 가야돼. 그래야 인연을 만날 수 있어.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돼. 얼굴이 확 피잖아. 그리고 돈이 많은 여자를 만나야 돼 - 형은 영화를 놓을까 말까 괴로워서 제주도에 혼자 갔었고 역삼동에 살다가 제주도에 놀러온 형수를 만났다고 했다. - 등의 얘기였다.

형수가 말하길 결혼전에는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이란 동네가 있는 것도 몰랐는데, 동네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형은 이 동네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역시 좋아하는 곳에서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 동네을 억지로 좋아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은 것. 그런 마음이라면 도시 한복판에 살아도 상관 없겠구나 생각했다. 아내와 나에게 볼음도가 그런곳이어야 할텐데.

내일은 또 볼음도에 간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마음 놓고 쉬고 싶긴 하지만 미래가 걸린일이고 중요한 시기니 즐거운 마음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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