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3 - 때

그때그때 2012. 4. 23. 21:43

 주말엔 비가 왔다. 세차게 왔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라디오에선 봄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오늘 아침엔 안개가 자욱했다. 백령도엔 안개가 자욱하다는 일기 예보가 흘렀다. 강화도 날씨는 백령도를 기준으로 하면 맞는다. 안개에서 만두 냄새가 났다. 정확하게는 후추를 잔뜩 뿌린 만둣국 냄새가 났다. 일회용 만두가 들어있는 만둣국 냄새가 났다. 모든 만두는 일회용이다. 더 정확하게는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이 고향만두를 넣고 끓인 만둣국에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후추를 잔뜩 뿌린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점심을 먹을 때까지 남아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외근을 나갔다. 버스를 탔다. 만둣국 냄새가 내 손에서 나는 것이란 걸 알았다. 2012년 4월 23일 월요일은 내가 손에서 만둣국 냄새를 풍긴 날이 되버렸다.

 버스에 앉아서 만두 냄새를 맡으며 차창 밖을 구경했다. 벚꽃도 매화도 전혀 지지 않았다. 주말동안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떨어진 잎의 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도 이쪽은 아직인 것이다.

 냄새랑 벚꽃 때문에 때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망자의 변명같은 이 말을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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