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 서른 살

2008. 9. 23. 10:04

 서른 살  - 진은영-

어두운 복도 끝에서 괘종시계 치는 소리
1시와 2시 사이에도
11시와 12시 사이에도
똑같이 한 번만 울리는 것
그것은 뜻하지 않은 환기, 소득 없는 각성
몇 시와 몇 시의 중간 지대를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무언가의 절반만큼 네가 왔다는 것

돌아가든 나아가든 모든 것은 너의 결정에 달렷다는 듯
지금부터 저지른 악덕은 죽을 때까지 기억난다


나의 악덕 때문에 이 시를 좋아했는데, 달아날 수도 없는 서른이 되어 이 시를 다시 생각해 보니
뜻하지 않은 환기와 소득 없는 각성 쪽이 와 닿는다. 지나간 나의 악덕들은 죽을때까지 기억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부터의 악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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