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위화

2023. 11. 21. 10:48

 린샹푸의 혼례는 곯아떨어진 술고개 여섯명의 코 고는 소리와 아귀들의 게걸스럽게 쩝쩝대는 소리 속에서 치러졌다. 샤오메이는 혼자 조용히 한쪽에 앉아 안방 구들에 누운 린샹푸를 바라보았다. 머리통의 머리카락이 잡초더미 같았다. 본채에도 사람이 가득하고 마당에도 적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고 있던 사람들이 뺨이 불룩해지도록 음식을 입안에 쑤셔넣고 고개를 숙인 채 쩝쩝거리며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샤오메이는 멀리 남쪽에서 어느 여름날 황혼 무렵 누가 벼 한 줌을 땅에 뿌리자 닭과 오리 떼가 날개를 펼치며 달려들던 광경이 떠올랐다. 지금 한데 모여 먹는 사람들이 그 모습과 비슷했다.

 

 린샹푸는 한숨을 내쉬며 사람이 죽을 때는 자손이 옆을 지켜야 하는 법이라고, 누구든 빠지면 달도 그만큼 조각나 망자는 눈을 감지 못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옆에 아무도 없었으니 달이 먹구름에 가려진 형상이었다고 슬퍼했다.

 

 매파는 생월생시와 띠를 알아야만 상생인지, 상극인지 알 수 있고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다고 했다. "말띠는 소띠와 어울릴 수 없고 양띠는 절대로 쥐띠와 사귀면 안 돼요. 백마는 푸른 소를 두려워하고 양과 쥐는 만나면 싸운다는 말이 있지요. 뱀과 호랑이의 결혼은 칼부림과 같고, 토끼가 용을 만나면 눈물을 흘리며, 닭과 개는 재난을 피하기 어렵고, 돼지와 원숭이는 끝가지 함께할 수 없답니다. 개 두 마리는 한 구유를 쓸수 없고, 용 두 마리는 한 연못에 있을 수 없으며, 양은 호랑이 입에 떨어지고요....... 도련님은 양띠니까 두 사람은 양과 쥐였거나 양과 호랑이였을 거예요."       ~        "세상에 이렇게 기이한 일이 있을 수가. 속담에 찢어진 부채도 부치면 바람이 일고 망가진 가마라도 타면 당당해진다고 했어요. 당당함은 일단 제쳐놓고 가마에 태워 오지 않았으면 여자 발은 도련님 게 아니라 여자 것이지요. 언제든 갈 수 있다고요. 샤오메이는 틀림없이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들은 숯이라도 담았던 양 꾀죄죄한 쌀 포대를 가지고 다니며 돈을 받을 때마다 거기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쌀 포대 속 엽전부터 대바구니에 쏟았다. 리메이롄이 대바구니를 집 앞 복숭아나무 아래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엽전이 쌓일 때 신선한 꽃잎도 떨어져 들어가곤 했다. 복사꽃과 엽전이 한데 섞이는 걸 보고 리메이롄은 돈에 기쁨이 깃든다고 말했다.

 

 남편이 사람들에게 들려서 돌아왔는데 입은 물론 콧구멍까지 진흙으로 가득 찼더라고 말했다. 그녀 남편을 데려온 사람들은 치료하기 위해 진흙을 썼다면서, 생아편을 먹은 사람이 진흙과 만나면 흙이 흙을 봐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아무 대꾸도 못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흙이 흙을 본다는 게 무슨 뜻인가, 남편은 진흙 때문에 질식사한 게 분명했다.

 

 린샹푸는 다시 한번, 이번에는 단호한 어투로 찬밥과 짠지를 먹자고 말했다. 추이핑이 잠시 망설인 뒤 절충안을 냈다.

 "그럼 간장볶음밥을 만들게요."

 추이핑은 창턱 화분에서 기르는 파를 조금 뜯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린샹푸는 문밖 계단 아파에 서서 추이핑이 아래층 부뚜막에서 파를 쫑쫑 썰고 아궁이에 불을 붙이는 걸 지켜 보았다. 솥이 달궈지자 그녀는 돼지기름과 파를 넣고 잠시 볶다가 찬밥을 넣어 고슬고슬 볶은 뒤 간장을 넣고 뒤섞었다.

 돼지기름과 파, 간장, 쌀밥을 한데 볶는 냄새가 솔솔 풍겨오자 계단 앞에 서 있던 린샹푸는 자기도 모르게 침이 고이는 걸 느꼈다. 간장볶음밥을 들고 올라오던 추이핑도 린샹푸가 손으로 입가를 훔치는 걸 보았다.

 린샹푸와 추이핑은 마주 앉아 간장볶음밥과 짠지를 먹었다. 청융량 일가가 치자촌으로 떠나고 린바이자가 상하이에 간 뒤 린샹푸는 그때 처음으로 누군가와 밥을 먹었다.

 

->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 사람들 아편 하던 시절 얘기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죽어 나간다. 린샹푸와 추이핑의 간장볶음밥 장면이 너무 좋았다.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딸 린바이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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