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시기마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해주는구나. 명심해라, 마야. 우리가 스무 살 때 감동했던 것들이 마흔 살이 되어도 똑같이 감독적인 건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야. 책에서나 인생에서나 이건 진리다.

 

 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엥이제이는 행위의 무작위성을 믿지 않았다. 그는 책 읽는 사람이었고, 그가 믿는 것은 서사구조였다. 일막에서 총이 나왔으면 삼막쯤 가서 그 총을 쏘는 게 낫다.

 

 여자애가 뜀틀을 넘느냐 못 넘느냐 하는 문제에 얼마나 그애와 함께 노심초사하게 되는지, 너 자신도 놀랄걸. 바우슈는 외견상 이렇게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강렬한 긴장감을 짜낼 수 있고(하지만 확실히 이게 포인트지), 바로 그 점을 통찰해야 한다. 뜀틀 행사도 항공기 사고 못잖은 엄청난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

 

 마야는 자신의 손을 에이제이의 손 위에 얹어 아직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막는다. 아이는 눈으로 그림과 글 사이를 왔다 갔다 훑는다. 돌연  '빨강'이 빨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기 이름이 마야라는 것을 알게 되듯,

 

 사람들은 정치와 신, 사랑에 대해 지루한 거짓말을 늘어놓지. 어떤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있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 최고의 것들은 죄다 고기에 붙은 비계처럼 야금야금 깎여나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레코드 가게가 그랬고, 그다음엔 비디오 가게가, 신문과 잡지에 이어 이제는 사방에 보이던 대형 체인 서점마저 사라지는 중이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대형 체인 서점이 있는 세상보다 더 나쁜 유일한 세상은, 대형 체인 서점'조차' 없는 세상이었다.

 

 -> 재미있게 읽었다. 글을 모르는 어린이가 책을 읽다가 빨강이 빨강이라는 걸 알게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리처드 바우슈의 '이 세상같은 기분'이란 단편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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