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가 - 배삼식

2020. 6. 1. 09:26

 작년에 '배삼식 희곡집'을 읽었고 이번에 '화전가'를 읽었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배삼식 작가는 좋은 사람 - 좀 웃긴 말이다. - 같다.

 

 어느 저녁에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곁에 앉아 있었지만 그 말들을 저는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요. 두 사람은 이제 곁에 없고 그 저녁의 풍경과 목소리만 희미하게 남았습니다. 무엇을 쓸까 궁리하며 이리저리 헤맸습니다만, 모르는 사이에 결국 저는 그 저녁으로 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들으려고요.

 초고를 마치고 오래 묵은 나무들을 보러 가서 겨울 가지 아래 오래 서 있었습니다. 잠깐 동안, 아무런 의미 없이 세계는 충만했습니다. 알아듣지 못하고 흘려보낸 목소리들이 허공에 떠돕니다. 그것을 더듬는 것은 늘 때늦은 일입니다만.

 백 살 먹은 나무는 아흔아홉 해의 죽음 위에 한 해의 삶을 살포시 얹어놓고 있습니다. 얇은 피막 같은 그 삶도 지금은 동면 중입니다만, 나무는 또 잎을 내밀고 꽃을 피우겠지요. 지나간 죽음들을 가득 끌어안고 서서, 올해의 잎과 꽃들이 작년 그것은 아니겠지만, 마음은 다시 온다고, '봄이 돌아온다'고 속삭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늘 안타깝고, 오직 이 안타까움만이 영영 돌고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경신일' 이란 걸 알게 됐다. 회충약이 없던 시절, 사람몸에 벌레가 붙어 살고, 사람 똥에서 손가락만큼 긴 벌레가 기어나오던 시절이니 있을 수 있는 풍속이다.

 

 난도 자세는 몰래, 나 어릴 때, 옛날 어른들은 다 그래셌니라. 친구들캉 얼리가 온 집안이 밤새두룩 이약허고 술 자시고 놀고 그랬어. 잠 안 잘라꼬. 그기 삼신가 머인가 무신 벌거지 따문에 그런다 카데, 형님은 아시니껴? 내는 딛기는 딜었는데 다 잊아뿟다.

 삼시(三尸)라꼬, 사램 몸에가 벌거지가 시 마리 산단다. 머리에 한나, 배에 한나, 아랫도리에 한나. 이기 가마이 들앉아가 오래 보고 있다가, 지 쥔이 지은 쥐를 치부책에다가 따박따박 씨논단다. 그래가주고 두 달에 한 번, 경신일에 하늘로 올라가가 옥황상제님한테 마캐 일러바채. 그라만 상제님이 그 진 쥐만큼 맹부책에서 그 사램 맹을 제하는 게래.

 그란데 와 잠은 안 자노?

 이 삼시라 카는 거이는 쥔이 잠을 자야 하늘에 올러갈 수가 있그덩. 그라이 아예 몬 올러가게, 고자질 모하게 하구러 그라제.  

 

 봄꽃에 대한 아름다운 구절도 있다.

 

 시커멓다......그라만 고 울긋불긋하던 거이는 다 어데로 가노?

 거 있지 가기는 어데를 가니껴?

 그란데 와 시커멓노? 어데를 갔으이 시커멓지.

 어데로 가는데?

 어데는. 하늘로 간다. 저녁마동 하늘로 올러갔다 아칙에 도로 니리온다. 고 알록다록허고 울긋불긋헌 거이를 마캐 데불로 오러가니라꼬. 저녁에 놀이 그래 요란하단다. 날마동 그래 올러갔다 니리왔다 하이 그 얼매나 힘드노? 그라이 꽃이 그래 쉬 지는 게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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