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파묵을 읽었다.

어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사랑하는 얘기다.

오랜 기다림에 사랑을 얻은 듯하지만 여자는 사고로 죽는다.

이런 단순한 얘기를 800페이지나 써냈다.

1권에서는 사랑으로 불타오르는 심정의 묘사가 좋았고

2권에서는 "때로"란 제목의 챕터가 기억에 남는다. 

'위장에는 점심 때 먹은 음식, 목덜미에는 햇살, 머릿속에는 사랑, 영혼에는 조급함, 그리고 가슴에는 아픔이 있었다.'

-> 이런걸 잘도 쓴다.(질투가 남.)

그리고 케말이 퓌순의 집에 찾아간 8년을 요약한 '때로'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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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없이 앉아 있었다. 때로 타륵씨는 우리처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프로그램을 지루해하며 곁눈으로는 신문을 읽곤 했다. 때로 비탈길에서 아래로, 자동차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시끄럽게 내려갔고, 그러면 우리는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 때로 비가 오면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때로 "날씨가 정말 덥네."라고 했다. 때로 네시베 고모는 재떨이에 담배가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부엌에서 하나 더 불을 붙여 피웠다. 때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퓌순의 손을 십오 초나 이십 초쯤 바라보고 그녀에게 더욱 반하기도 했다. 때로 텔레비전에서 그때 우리가 식탁에서 먹고 있던 음식을 소개하는 광고가 나오기도 했다. 때로 멀리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때로 퓌순이 식탁에서 일어나, 난로에 석탄 한두 개를 던져 넣었다. 때로 다음번에는 퓌순에게 머리핀이 아니라, 팔찌를 갖다 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때로 모두 함께 영화를 보다가 내용을 잊어버리고는, 눈은 텔레비전을 향한 채 니샨타쉬에서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보리수 차를 끓여줄게!"라고 했다. 때로 퓌순이 아주 달콤하게 하품을 해서, 그녀가 온 세상을 잊고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서 더 평온한 삶을, 마치 무더운 여름날 차가운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끌어당기듯, 끌어당겼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때로 이제는 더 앉아 있지 말아야지, 일어나야지, 하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때로 맞은편 집 아래층에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이발사가 마지막 손님을 보낸 후 빠르게 덧문을 내리는 소리가 밤의 정적 속에서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때로 단수가 되어 이틀 동안 물이 나오지 않았다. 때로 석탄 난로 속에서 불길이 아닌 다른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단지 "올리브유를 넣어 만든 콩 요리 좋아하지, 다 없어지기 전에 내일 또 와!"라고 말했기 때문에 다음 날도 그 집에 갔다. 때로 미국-러시아 전쟁, 냉전, 밤에 보스포루스를 지나가는 러시아 전함들, 마르마라 해의 미국 잠수함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오늘 저녁은 아주 덥네!"라고 했다. 때로 퓌순의 표정을 보며 그녀가 몽상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가 상상하는 나라에 가고 싶어졌으며, 나 사진, 나의 삶, 나의 과묵함, 식탁에 앉아 있는 나의 모습이 무척 절망적이라고 생각했다. 때로 식탁에 있는 물건들이 산이나 계곡, 언덕, 고원, 구덩이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때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우스운 것을 보고 모두 함께 웃는 순간도 있었다. 때로 우리 모두 동시에 텔레비전에 몰입하는 것이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때로 이웃집 아이 알리가 퓌순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녀에게 안기는 것이 나를 화나게 했다. 때로 타륵 씨와 남자 대 남자로, 음모나 속임수에 대해 말하듯 교활한 분위기에 낮은 목소리로,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때로 퓌순이 위층으로 올라가 한동안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면 이것 역시 나를 불행하게 했다. 때로 전화벨이 울렸지만, 잘못 걸려온 전화일 때도 있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다음 주 화요일에 호박 후식을 만들어 줄게."라고 했다. 때로 청년 서너 명이 축구와 관련된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지르며 비탈길에서 아래로, 톱하네 쪽으로 가기도 햇다. 때로 나는 퓌순이 난로에 석탄을 넣는 것을 도와주었다. 때로 부엌 바닥에서 바퀴벌레가 다급하게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때로 야경꾼이 집 현관문 바로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때로 퓌순이, 때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도 시간 일력'에서 날짜가 니난 낱장을 하나하나 뜯었다. 때로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식탁에 놓여 있는, 세몰리나로 만든 헬와를 한 수저 더 먹었다. 때로 텔레비전 화면이 잘 나오지 않으면 타륵 씨는 "얘야, 한번 점검해 봐라."라고 했고, 퓌순이 텔레비전 뒤에 있는 버튼을 만지고, 나는 뒤에서 바라보았다. 때로 "담배 한 대 더 피우고 가야지."라고 말했다. 때로 시간을 완전히 잊고는 '지금'의 안으로, 부드러운 침대에 드러눕는 것처럼 팔다리를 쭉뻗고 퍼져 앉아 있곤 했다. 때로 카펫 안에 있는 세균, 벌레, 기생충들을 알아챘다고 생각했다. 때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이에, 퓌순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고, 타륵 씨는 위층 화장실에 갔다. 때로 냄비에 버터로 요리한 호박 돌마, 토마토 돌마, 고추 돌마를 이틀 저녁에 걸쳐 먹기도 했다. 때로 저녁을 먹은 다음 퓌순이 식탁에서 일어나, 레몬의 새장으로 가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면, 나는 그녀가 나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로 여름날 저녁, 퇴창으로 날아 들어온 나방 한 마리가 전등 주위를 미친 듯이 빠르게 돌았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이미 오래되었는데 처음 들었다며 동네의 소문(예를 들면 전기공 에페의 아버지는 유명한 도둑이었다는)을 꺼내기도 했다. 때로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정신을 잃고 마치 우리 둘만 있는 듯 퓌순에게 나의 모든 사랑을 보여 주며,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때로 골목에서 자동차가 조용히 지나갔고, 단지 창문이 떨리는 것으로만 그 사실을 눈치채기도 했다. 때로 퓌루즈아아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여왔다. 때로 퓌순이 뜬금없이 식탁에서 일어나, 비탈길이 보이는 퇴창 밖을 마치 간절한 그리움으로 기다리고 사람이 있다는 듯 한동안 바라보면, 내 가슴이 아파 왔다. 때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전혀 다른 생각(예를 들면 우리가 배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만난 승객들이라는 상상)을 했다. 때로 여름날 저녁, 네시베 고모가 위층에 있는 방에 테미즈 이시펌프로 파리약을 뿌렸고, 식당에소 '싸악 한번 뿌리면' 파리가 죽곤 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옛 이란 왕비 쉬레이야 이야기를 꺼내고, 샤의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이혼한 그녀의 슬픔과 유럽 상류사회에서의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해 주었다. 때로 타륵 씨는 텔레비전을 보며 "저 파렴치한 놈이 또 나오네!"라고 했다. 때로 퓌순은 이틀 연달아 같은 옷을 입었는데, 그래도 내게는 다르게 보였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아이스크림 먹을 사람 있어?"라고 물었다. 때로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누군가가 창문 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았다. 때로 안초비 튀김을 먹었다. 때로 케스킨 씨네 사람들이, 세상에는 정의가 있고, 죄인들은 이 세상이나 저 세상에서 꼭 벌을 받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을 보았다. 때로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때로 단지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정적에 휩싸였다. 때로 퓌순이 "아빠, 제발 식탁에 차리기 전에 집어 먹지 마세요!"라고 했고, 그러면 나 때문에 그들조차 식탁에서 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반대로, 모두들 아주 편하게 행동한다는 걸 깨달을 때도 있었다. 때로 담배에 불을 붙인 후 눈을 화면에 고정한 네시베 고모가, 손이 뜨거워질 때까지 성냥불을 든 채 끄는 것을 잊어버렸다. 때로 오븐에서 요리한 스파게티를 먹었다. 때로 에쉴쾨이에 있는 공항을 향해 하강하는 비행기가 밤의 어둠 속에서 굉음을 내며 우리 위를 지나갔다. 때로 퓌순은 긴 목과 가슴의 윗부분이 보이는 셔츠를 입었고, 나는 텔레비전을 볼 때 그녀의 아름다운 흰 목에 내 눈이 머물지 않도록 주의했다. 때로 퓌순에게 "그림은 어떻게 돼 가?"라고 물었다. 때로 텔레비전에서는 "눈이 오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오지 않았다. 때로 커다란 유조선의 다급한 뱃고동 소리가 슬프게 들려오기도 했다. 때로 먼 곳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때로 누군가가 옆집 대문을 세게 두드려서, 내 뒤에 있는 장식장 속 커피 잔이 떨리기도 했다. 때로 전화벨이 울렸는데 레몬은 그것이 암놈 카나리아라고 생각했는지 흥분하며 지저귀었고, 우리는 모두 함께 웃었다. 때로 어떤 부부가 손님으로 오면, 나는 약간 부끄러워졌다. 때로 타륵 씨는 위스퀴다르 여성 합창단이 텔레비전에 나와 옛날 노래를 부르면 앉은 채로 따라 불렀다. 때로 좁은 골목에 자동차 두 대가 맞닥뜨려, 두 운전자가 고집을 피우며 길을 내주지 않은 채 입씨름을 시작했고, 욕설을 했으며, 종국에는 자동차 밖으로 나와 치고받는 싸움을 했다. 때로 집에, 골목에, 모든 동네에 마법적인 정적이 흘렀다. 때로 저녁때 뵈렉과 소금에 절인 다랑어 외에 대구도 사서 가져갔다. 때로 우리는 "오늘 날씨 정말 춥지, 그렇지?"라고 말했다. 때로 타륵 씨가 식사를 마친 후 미소를 지으며 호주머니에서 페라흐 박하사탕을 꺼내 우리에게 한 개씩 나눠 주었다. 때로 문 앞에서 고양이 두 마리가 거세게 야옹거리다가, 나중에는 비명을 지르며 싸움을 했다. 때로 퓌순이 내가 그날 가져온 귀걸이나 브로치를 그자리에서 달았고, 식사 때 나는 낮은 목소리로 아주 잘 어울린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때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랑 영화에서 상봉과 키스 장면이 보이면,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잊어버리기도 했다. 때로 "음식에 소금을 조금만 넣었어, 원하는 사람은 입맛에 맞게 더 넣어."라고 네시베 고모가 말했다. 때로 먼 곳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때로 보스포루스에서 오래된 배의 날카로운 뱃고동 소리가 우리 가슴에 슬프게 와 닿았다. 때로 펠뤼르에게 알게 되어 농담도 약간 주고받았던 배우가 텔레비전에서 영화나 연속극 혹은 광고에 등장하면 퓌순과 눈이 마주치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눈길을 피하곤 했다. 때로 정전이 되면, 어둠 속에 앉아 우리가 피우는 담배의 붉은 끝을 보았다. 때로 누군가가 문 앞에서 혼자 휘파람으로 옛날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다. 대로 네시베 고모가 "아, 오늘 밤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웠어."라고 했다. 때로 퓌순의 목에 눈길이 갔고, 저녁 내내 더 이상 그곳을 보지 않기 위해 그리 힘들이지 않고 나 자신을 억눌렀다. 때로 순간적으로 깊은 침묵이 흐르면, 네시베 고모가 "어디에선가 누군가 죽었나 봐."라고 했다. 대로 타륵 씨의 라이터가 켜지지 않으면 나는 그에게 새 라이터를 선물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가져오면서, 그사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때로 달그츠 골목에서 바로 우리 맞은편에 있는 집에서 또 부부 싸움이 이어났고, 남편이 아내를 때렸는지 우리 마음까지 와 닿는 비명 소리가 들여왔ㄷ. 때로 겨울날 밤에 보자 장수가 방울을 흔들며 "뵈퐈 보오오자아아."라고 고함을 지르며 문 앞을 지나갔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은가 봐!"라고 내게 말했다. 때로 몸을 뻗어 퓌순을 만지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겨우 억눌렀다. 때로, 특히 여름 저녁이면, 바람이 불어와 문이 서로 부딪혔다. 대로 자임을, 시벨을, 옛 친구들을 생각했다. 때로 식탁에 있는 음식에 파리가 앉으면 네시베 고모가 신경질을 냈다. 때로 네시베 고모는 타륵 씨를 위해 냉장고에서 광천수를 꺼내면서 "자네도 마실래?"라고 내게 물었다. 때로 아직 11시도 되지 않았는데, 야경꾼이 호루라기를 불며 문 앞을 지나갔다. 때로 그녀에게 "널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지만, 그저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때로 바로 지난번에 가져온 라일락이 여전히 꽃병에 있는 것을 알아보기도 했다. 때로 침묵이 흐르고, 이웃집 창문이 열리고, 누군가 밑으로 쓰레기를 던졌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마지막 남은 쾨프테를 누가 먹나 볼까요?"라고 했다. 때로 텔레비전에 나오는 장군들을 보며 나의 군대 생활을 떠올렸다. 때로 단지 나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깊이 느끼곤 했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오늘 저녁 후식이 뭔지 맞춰 봐."라고 했다. 때로 타륵 씨가 사레들리면 퓌순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에게 물을 건네주었다. 때로 퓌순은 내가 몇 년 전에 선물한 브로치를 달기도 했다. 때로 텔레비전에서 화면과는 전혀 다른 설명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때로 퓌순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극인이나 문학인, 교수에 대해 내게 질문을 했다. 때로 나도 식탁에 있는 더러워진 접시를 부엌으로 가져갔다. 때로 우리 모두의 입에 음식이 들어 있기 때문에 식탁이 조용했다. 때로 누군가가 먼저 하품을 하면, 그를 보고 다른 이들도 하품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깨달으면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었다. 때로 퓌순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영화에 얼마나 집중하고 몰입했던지, 나는 그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 고기 구운 냄새가 저녁 내내 집 안에 남아 있었다. 때로 그저 퓌순 옆에 앉아 있다는 것 때문에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때로 나는 "언제 보스포루스로 저녁 먹으러 가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때로 삶이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그곳, 그 식탁에 있다는 느낌에 휩싸였다. 때로 텔레비전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면, 전혀 모르는 주제라고 해도, 예를들면 아르헨티나에 있는 사라진 왕의 무던, 화성에서의 중력, 사람이 숨을 쉬지 않고 수중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오토바이가 이스탄불에서 왜 위험한가, 위르귑에 있는 요전의 굴뚝이 어떻게 형성되었나 등의 주제에 대해 논쟁을 했다. 때로 강한 바람이 불어와 창문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고, 난로 연통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때로 타륵 씨가 그 집에서 50미터 떨어지 보아즈케센 골목으로 오백 년 전에 파티흐 술탄이 전함을 통과시켜 할리치 만으로 끌어내리게 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가 그 일을 할 때 열아홉 살이었다네!"라고 했다. 때로 퓌순이 식사를 다 하고 식탁에서 일어나 레몬이 있는 새장으로 가면, 나도잠시 후에 그녀 곁으로 갔다. 때로 '오늘 저녁에도 오길 잘했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때로 타륵 씨가 깜박 잊은 안경이나 신문 혹은 복권을 가져오라고 퓌순을 위층으로 보냈고, 그럴 때면 네시베 고모는 식탁에서 "전등 끄는 것 잊지 마라!"라고 위층에 대고 소리를 쳤다. 때로 네시베 고모는 파리에 있는 먼 친척의 결혼식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때로 타륵 씨가 격한 목소리로 "조용히 해봐!"라고 하면, 집 안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라며 천장을 가리켰고, 그러면 우리는 모두 위층에서 들려오는 것이 쥐나 도둑이 내는 소리인지 궁금해하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남편에게 "텔레비전 볼륨이 적당해요?"라고 물었는데, 타륵 씨는 나이가 들수록 귀가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 우리 사이에 아주 긴 침묵이 흘렀다. 때로 창가에 눈이 쌓이고, 인도가 얼어붙었다. 때로 폭죽이 터지면 우리는 모두 식탁에서 일어나, 하늘에 수놓아진 색들을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고, 나중에는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화약 냄새를 맡았다. 때로 네시베 고모가 "잔은 채울까, 케말?"하고 물었다. 때로 나는 "네가 그린 그림을 볼까, 퓌순?"이라고 하며 그림을 보러 갔고, 그렇게 그녀와 함께 그녀의 그림을 보며 내가 행복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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