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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내 행복과 불행은 문제가 아니다. 세쓰코의 행복이나 불행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세대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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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잖아 우리가 정말로 늙었을 때, 젊은 사람들이 물을지도모른다. 당신의 젊은 시절은 어땠냐고. 그때 우리는 대답할 것이다. 우리 때에도 똑같은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어려움이기는 하겠지만,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그 어려움에 익숙해지며 이렇게 늙어왔다. 하지만 우리 중에도 시대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로 용감하게 진출하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답을 들은 젊은이 중 누구든 옛날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데, 지금 우리도 그런 용기를 갖자고 생각한다면 거기까지 늙어간 우리의 삶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짐을 부쳐 텅 빈 방안에 노을이 물들었다. 이 방에서 지내는 것도 앞으로 하루이틀이다. 그러나 그걸로 됐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조금 눅눅해진 것 같다. 창을 닫아야지. 도호쿠 쪽은 아마 아직 추울 것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세쓰코의 상처 자리가 아프진 않을지. 아프다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데.....

 

-> 신형철의 추천으로 읽었다. 마지막 문단에 전율을 느꼈다. 상실의 시대 마지막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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