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 존 윌리암스

2019. 1. 5. 19:31

 p.264~ 하지만 이미 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조금 전처럼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스토너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잘 마셨다고 인사한 뒤 작별인사를 했다. 드라스콜은 문까지 그를 배웅해주었지만,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할 때는 거의 무뚝뚝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밖은 어두웠다. 봄의 싸늘함이 저녁 공기 속에 베어 있었다. 스토너가 심호흡을 하자 그 서늘한 기운에 몸이 찌릿찌릿하는 것이 느껴졌다. 들쭉날쭉한 집들의 윤곽 너머로 시내의 불빛들이 엷은 안개 속에서 반짝였다. 길모퉁이의 가로등이 사방에서 다가오는 어둠을 힘없이 밀어내고 있었다. 그 너머의 어둠 속에서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나와 잠시 머무르다가 사라졌다. 뒷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냄새는 안개에 붙들려 있었다. 스토너는 저녁 풍경 속을 천천히 걸으면서 그 향기를 들이마시고 혀에 닿는 싸늘한 밤공기를 맛보았다. 그가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만으로 충분해서 더 이상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는 연애를 했다.

 

p.392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윌리엄 스토너란 사람이 어떤 삶을 살다 죽었다는 이야기다. 책의 첫장을 읽다가 작년에 읽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다시 읽었다. 설명은 못하겠는데, 좋다.

 도리스 레싱의 "풀잎은 노래한다"도 오늘 마저 읽었는데, 그 책의 주인공 메리가 스토너의 아내 이디스와 비슷한 신경증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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