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날


어린 옥수수 다 자빠지고
밭에 씌운 비닐 다 날아가
당산 나무에 귀신처럼 걸렸다
비닐하우스는 장풍을 맞았고
내 가슴도 같이 무너져 내렸다

나 몰라라, 바람 지맘대로 떠나고
오늘은 농약치기 좋은날
약 먹고 죽기도 힘든날
나 죽어도 계속 살아갈 풀을 잡아야지
내 기분 아랑곳 않고 쌩쌩한 벌레를 잡아야지
내 마음 다잡아야지

약냄새에 갈곳을 잃은 흰나비 내 주위를 맴돌고
홧김에 마신 술에 속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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