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곧 세상을 떠나려고
세상이 떠나갈 듯 슬프게 우는
마지막 한 마리 매미 소리를 들을 때
모든 필터를 제거한 하늘에
이제껏 못보던 푸른 빛이 돌고
구름이 높이 날아 하늘이 높아보이면
햇살 아래 벼 익는 소리가 들릴 때
밥그릇을 헹굴 때 손에 닿은
수돗물이 미지근해진 걸 느끼고
새벽의 냉기를 못이겨
너의 품에 파고 들면서
시원한 맥주가 아니라
뜨끈한 오뎅 국물과 소주가 생각나고
이혼한 친구가 술에 취해서 외롭다고 울 때
이 계절에 나를 낳은 엄마의 젊은날과
혼자 사는 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알려고 하지 않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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