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굳게 닫힌 네 마음의 문을 열어야지
숟가락으로 그 속을 박박 긁어서
내 마음속에 채워야지
그리하면 나는 두 사람의 마음을 갖고
터질듯한 가슴으로 살 수 있을텐데
너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텐데
텅빈 너는 나를 믿을텐데
네 마음이 다시 가득차면
나는 또 네 마음의 문을 열어야지
반으로 자른 수박을 먹듯이
네 마음이 하얗게 될 때까지 파먹어야지
그러면 나는 너를 온 맘으로 사랑할텐데
하얗게 텅빈 너도 나를 사랑할텐데
지겨운 날도 버려진 날도 없을텐데
그렇게 네 마음만 갉아 먹으며 살아야지
그렇게 살다가 내 마음을 반으로 갈라서
그 안에 모든 것을 네 마음속에 채워야지
소풍날 도시락통에 김밥 채우듯 꾹꾹 눌러 담아야지
그러면 텅빈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사라지고
터질것 같은 너는 죽어서도 나를 사랑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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