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이 적어 본다.

 토요일에 아내 운전 연습을 겸해서 봉화에 있는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 갔다. 정말 잘 생긴 암컷 호랑이를 봤다. 기분이 좋아졌다. 겨울 나무도 종류별로 많이 봤다. 춘양면에 방 잡고 읍내에 있는 분식집에서 라면 둘, 김밥 한 줄, 김치전 한 장(5,000원)까지 도합 16,000원 어치를 저녁을 먹었다. 너무나 맛있었다. 호랑이를 본 일까지 좋은 일이 연속으로 있었다. 로또는 이번주에도 꽝이었다. 오는길 가는길에 조수석에 앉아서 오른쪽 사이드미러 들여다보느라 많이 피곤했지만 아내의 운전이 많이 늘었다.

 어제 아버지 만나고 왔다. 1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직원분이 면회는 30분 정도만 하면 좋겠다고 했다. 야속하단 마음과 다행이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계속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적응중이다. 명절에 아버지를 데리고 엄마한테 같이 갈지 말지 계속 고민중이었는데, 아버지는 가고 싶은 눈치라 내가 힘들어도 같이 가는 쪽으로 마음이 굳어진다.

 그리고 나는 한 달 째 어깨가 아프다. 어제는 한 잔 하고 술 취해서 잠들었는데도 어깨가 아파서 자다 깼다. 아내가 나를 안타깝게 지켜봐줬다. 사랑이다. 내가 아버지 얼굴 보러 간 걸 포함해서 아픈 사람 지켜봐 주는 게 사랑이다.

 오늘 아침에 폭설 때문에 출근하다가 차를 돌려서 집으로 왔다. 돌아온 김에 병원에 들렀다.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 상으로는 어깨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행이다. 진통제와 근육이완제(+위장약)를 처방 받았다. 서서히 재활 하면 좋아지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사무실에 처리할 일이 있어서 2시에 출근하긴 했는데, 어떻게 돌아갈지 막막하다. 35번 국도 타고 삽당령 정상을 오르는데, 내려오는 제설차 4대를 마주쳤고 미처 눈을 다 치우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눈을 뚫고 출근을 했나, 후회막심이다. 

 몸이 아프니까 자연스럽게 <위기의 중년> 이 떠올랐다. 자포자기 하듯 어깨 치료도 게을리하고 매일 적당히 지내면서 저녁엔 술 마시고 운동도 안 하다보면 <위기의 중년>이 아니라 만성적으로 우울을 끼고 있는 <체념한 중년> <망가진 중년>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되는 일이 너무도 쉽겠구나 생각했다. 나를 생각해서도 지금 상태로 무너지면 안되겠지만 아내를 생각하면 더욱더 <건강한 중년>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노력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한 잔 했다. 친구는 아버지 가업을 이어서 농업으로 새출발을 하려고 한다.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곳이지만 기댈 곳이 있고 그 기댈 곳이 가족이라면 기대는 것이 좋다, 는 게 내 평소 생각이다. 친구한테 그 얘기를 해줬다. 친구는 중년은 다 위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친구가 아버지한테 농사 잘 배워서 돈도 적당히 많이 벌고 나한테 맛있는 것 많이 사주면 좋겠다.

 이 기록을 남기는 동안 계속 어깨가 아프다. 저녁에 약 한 봉지 더 먹어야겠다. 근데 이 폭설속에 오늘 집에 내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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