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0 - 요즘, 농활


모내기 마치고 잠깐 늘어져 있었다. 고구마 밭 김매야 하고, 논에 물 잘 봐야 하고, 갈지 않을 집 뒷밭의 풀을 다 잘라야 한다. 논두렁 풀도 깎아야 한다.

이 와중에 농활이 걱정이다.

어쩌다보니 농활 담당자가 됐다.

학생들 인원은 많고, 동네 사람들은 이제 3년째인 농활에 익숙하지 않다. 형단이 형은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잘 준비하는 농활을 원한다. 어떤 형들은 학생들이 일을 해줄거란 생각에 농활을 반기고, 어떤 형들은 귀찮다고만 생각한다.

학생들은 시끄러울 것이다. 농활이 자신의 삶과 관계없는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화를 내기도 할 것이다. 학생들은 농촌을 알아 보겠다고 자비를 들여서 볼음도에 온다.

오늘 조개 잡으면서 다 때려치울까.랑 어떻게든 잘 이끌고 갈까.가 몇 백번 왔다갔다 했다.

학생들이 농촌사회를 들여다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그리고 사고 없이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20140615 - 요즘


조개 잡으러 두 번 나갔다 왔다. 많이 잡았다. 오늘도 나간다. 옆집 형이 경운기 태워주신다. - 감사합니다. -

한적골 윗논이 슬슬 말라간다. 장마가 얼른 오면 좋겠다. 일단 오늘 뜬모 내러 가는 길에 아랫논에서 물을 좀 퍼야겠다.

고구마 밭에 김맸다. 아직은 풀이 약한 상태라 손호미로 슬슬 긁어주면 된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서리태를 포트에 넣었다. 72구 짜리에는 두 개씩, 105구 짜리에는 하나씩 넣었다. 콩을 포트에 넣는 이유는 새 방지약을 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밭을 갈지 않고 심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식물들과 경합을 할 수 있을 만큼 조금 키우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한랭사로 잘 덮어서 마당에 뒀다. 새 한 마리가 먹고 살겠다고 약간의 틈으로 기어 들어와서 콩을 파 먹고 갔다. 고라니도 그렇고 새도 그렇고 약간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틈이 많은 인간이다. 고라니가 고구마 뜯어 먹은 일에는 속이 많이 상했지만 새가 콩 파 먹은 일은 애교로 봐준다. 

6월 중으로 양파, 마늘, 감자 수확과 들깨, 서리태 정식이 남았다. 팥은 우리 먹을만큼만 심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여름 농한기다. 신난다. 

나 제법 농부 같잖아. 히히  



20140621 - 고구마 밭 김매기


고구마 밭에 김매다가 날이 뜨거워 들어왔다. 고랑은 풀쟁기로 두둑은 손호미로 작업하고, 작물들과 얽혀 있는 잡초는 호미로 매주는 수 밖에 없다.

고라니들께서 고구마랑 메주콩을 안 건드린 것 없이 쑥대밭을 만들어 놨다. 뒤늦게 울타리를 수선하는 법석을 떨고 나서야 발걸음이 뜸해졌다. 고라니 울타리를 위해서 병어 그물을 하나 구해놨더랬는데, 일이 내 생각처럼 되질 않아서 작년에 쳐놨던 그물을 수선하는 것에 그쳤다.

일이 내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외부 요인도 있지만 결국 내 탓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김매는 일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대로 착착 진행되는데, 울타리의 경우처럼 별로 해보지 않은 일을 할 때는 이리저리 주변에 휘둘리다가 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차차 익숙해지면 전부 내 것이 되겠지.

오후엔 음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김을 맬 생각이다. gogo! 

고구마밭 현재 상태. 하아.. 그래도 고구마는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다. 



20140627 - 농활, 서리태와 들깨 그리고 고라니


23일에 성대에서 농활이 왔다. 방학을 하자마자 자비로 찾아와주니 고마운 친구들이다. 올해는 인원이 많아서 65명을 1리 회관과 2리 회관으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그 운영이란 것을 내가 하고 있어서 여러가지로 신경 쓸 일이 많다. 일정 조율하고 참을 챙겨주는 것이 그 운영의 전부인데, 워낙 전화할 일이 많다보니 스트레스가 많다. 8박 9일 일정 중에 실제로 일하는 것은 오늘까지라고 봐야 하는데, 오늘까지 큰 탈 없이 잘 마쳐서 무척 홀가분하다.

그리고 나는 내일 밀양으로 농활 간다.

작년에는 농활 관리 하느라 우리 일을 너무 못해서 올해는 마음 먹고 우리일도 조금 했다. 고구마밭 김매기, 서리태 심기, 들깨 심기였다. 고구마 밭에 김을 잘 맸다. 지후랑 내가 마무리 하러 갔는데, 겨우 다시 살아나고 있던 고구마랑 메주콩을 고라니가 새로 먹었길래, 주위를 잘 살폈더니 울타리에 구멍이 있었다. 구멍을 단단히 매웠다. 어제는 지후가 학생들과 서리태를 심었다. 오늘 아침에 봤더니 고라니가 새로 심은 서리태를 다 잘라 먹었다. - 이놈의 고라니 놈들 만나면 삽으로 머리를 잘라버려야겠다.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 암튼 오늘 학생들과 함께 콩도 심고, 들깨도 다 심었다. - 고마워요. - 

이제 문제는 고라니다. 고라니 고라니 고라니

고라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약간의 설명을 붙인다. -  한국과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하며, 한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argyropus)와 중국고라니(Hydropotes inermis inermis)의 두 아종이 있다. 중국에서는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에서는 흔해서 수렵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 

이 설명의 핵심은 고라니가 한국과 중국 동북부에만 산다는 것이다. 즉, 전 세계적으로는 희귀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콩을 다 잘라 먹으면 안된다.  



20140629 - 밀양, 농활


다정한 농부가 밀양에 농활을 다녀왔다. 어젯밤 11시 기차로 출발해서 밀양엔 새벽에 도착, 5시부터 일 시작해서 10시 반에는 대략 모든 일이 끝났다. 들깨 심고, 하우스 철거하고 농성장에 물도랑 파는 일을 했다.

내 일이 아니니 모처럼 땀이 나도록 일했다.

할매 두 분을 만났는데, 우리가 동네 사람 일을 도와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마워하셨다. 일도 별도 안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할매들이 그러니 많이 미안했다. 잘못한 게 없어도 미안할 수 있거나, 우리 모두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당연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 도와준 집에서 점심을 얻어 먹고 여럿이 함께 잎들깨를 포장했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이 현재 밀양의 상황이다. 울기만 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자본에게만 필요하고 인간에게는 필요 없는 것,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일들은 다 그만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오늘 만난 사람들이 떠올라서라도 밀양에는 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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