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3 - 말장했다


완이형네 말장했다. 점심 먹고 시작해서 저녁에 끝났다. p형이랑 완이형이 삼미터 길이로 나무를 잘라내고 나는 그 나무들을 옮겼다. 중간중간 술을 마셨다. 집에 도착했더니 지후가 화났다. 술을 많이 마신 탓이다. 나는 말짱하다고 생각했는데, 지후한테 들켰다. 미안하다. 그래서 저녁 먹으면서 지후가 화낼때 가만히 있었다. 미안하다.

마늘싹이 올라왔다. 말장 하던 산에서도 푸른빛을 많이 봤다. 동네형들이 바다에 시찰을 나가기 시작했다. 봄이 왔다.

요며칠 기분이 별로다. 불확실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렇게 불확실 속에 지나가겠지만 내년 이맘때는 지금보단 기분 좋기를 바란다.



20140305 - 첫수입


오전에 공사일을 했다. 사흘이라고 해서 얼마 받는지도 모르고 동네 들어온 일을 하러 갔다. 무게를 지고 산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 했다. 완이형이 힘들어 하신것도 있고 나도 힘들었고 일당협상도 잘 안돼서 점심 먹고 반일치 돈을 받았다. 무려 7만원이다.

오후에는 고구마밭에 가서 비닐 찌꺼기를 주웠다. 앞으론 절대로 밭에 비닐을 씌우지 않으리란 다짐을 했다. - 고구마밭에 갈 때마다 이 생각을 한다. -

저녁엔 완이형, k를 초대해서 스파게티 먹었다. 맛있었다.

괜찮은 하루였다.

작년 첫수입은 9월이었으니까 해가 바뀌고 첫수입까지 걸린 기간이 1년만에 6개월 단축됐다. 좋은 징조다.

오늘 간만에 노가다를 해보니 사람들이 왜 자영업을 선호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리고 이 한 건의 공사 때문에 볼음도에 온 현장인부 30명의 생활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러니 농사 잘 짓고 조개 열심히 잡아야지.



20140308 - 시즌 시작


어제는 토양검정을 위해 작목반 논을 다 돌며 흙을 떴고 오늘은 논에 뿌릴 유박이 왔다. 시즌이 시작됐다. 어제는 기분이 별로라 내 일은 안했다. 오늘은 기분이 괜찮아서 틀밭용 이랑을 만들었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지난해를 돌아보건데, 형들한테 매번 불려다니지 않으면서 우리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h형 아버님 팔순이라 점심은 1리 회관에서 먹었다. 팔순 잔치는 오래 산 것을 축하하는 자리라 봉투는 준비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밥을 준비한 1리 부녀회 아주머니들은 힘든 기색 없이 즐거워보였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종교의 힘인가? 그럴수도 있지.

내일은 또 고구마밭에 간다. 아침부터 주우면 하루면 다 줍겠다. 내일 다 못 주우면 모레까지 줍자.



20140312 - 칡


어제 O형이 밭 일구느라  포크레인 작업을 하면서 칡뿌리를 많이 캤다. 동네분들이 많이 가져가셨고 나한테도 조금 생겼다. 작년에는 제대로 자르질 못해서 엉성하게 잘라둔 조각들을 전부 퇴비장에 넣었다. 올해는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칡뿌리 손질에 대해서 검색을 했다.

칡뿌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히 씻어낸다. 그래도 여전히 흙이 많다. 껍질을 살살 벗긴다. 잘 안 벗겨진다. 껍질이 어느정도 벗겨지면 닭곰탕에 들어가는 닭가슴살 찢듯이 죽죽 찢어낸다. 쉽진 않지만 재미는 있다. 그리고 잘 말린다.

건조망에 다 넣어놓고 보니 양이 많다. 이게 잘 마르면 차도 끓여먹고 술도 담가 먹어야지.

건조망에서 지난 겨울에 말랭이 한다고 쪄놓은 고구마를 꺼내서 먹어봤다. 못 먹게 됐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꾸들꾸들하니 맛있다. 올해는 더 많이 만들어서 많이 먹기로 한다.

오전에는 틀밭도 한 자리 만들었다. 오늘 한 번 만들어봤으니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 오후에는 완이형이 올해 들깨 심을 밭에 불 놓으러 다녀왔다.

이렇게 하루가 갔다. 괜찮았다.    



20140314 - 후진 일들


k형이 화났다.

은행나무 옆 논이었던 자리를 새우 양식장으로 만들어 허가 받은지 10년이 됐다. 허가는 5년에 한 번 갱신해야 하는데, 허가를 내주는 군청에서 군사동의가 없어서 허가를 못내준다고 한단다. 이전 두 번은 군에서 허가를 내줬는데,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군사동의를 못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원칙이라면 볼음도, 말도 사람들이 갯벌에 나가는 맨손어업 허가도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k형의 논리다. - 양식장은 뭍에 있는데도 허가를 안 내주는데, 바다로 나가는 맨손어업 허가를 내줘서야 되겠는가? -

k형 덕분에 인터넷 신문고에 접속했다. 국가권익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요즘 우리 동네에 큰 이슈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자금을 횡령한 농업직원이 우리동네에 발령 받았다가 바로 쫒겨난 것이고 - 농협을 계약직 직원 혼자서 지키고 있음 - 또 하나는 김양식 보상금을 받은 분들이 인천공항 공사시기와 관계 없는 기간에 대해서 보상금을 받은 것이다.

세상에는 후진일들이 정말 많다.



20140317 - 또 수입


또 수입이 생겼다. 선창 근처에 있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일 좀 도와 달라고 해서 다녀왔다. 김치냉장고에 쌀 옮겨 넣기, 밭 정리, 할아버지 노령연금에 대해서 알아보기, 썩은 고구마 산에 갖다 버리기, 복숭아 나무 전정 등을 아주머니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

오만원만 주십시오. 해서 할아버지한테 돈을 받았는데, 집에 가려고 오토바이에 앉은 내 주머니에 아주머니가 이만원을 찔러 넣어주셨다.

이건 뭐, 기본이 칠만원이구만.

마을 회관에 들러서 씨감자 5kg 받아오면서 할머니들이랑 얘기를 나눴다. js형 어머니께서 '장구지 동자'라는 새로운 별칭으로 나를 부르셨다. 올해는 감자를 잘 키워 보고 싶다고 하니 밑거름을 믾이 하라고 하신다. 작년엔 너무 생땅에 심었다. 올해도 밑거름은 안 하지만 철저한 관리로 6월엔 감자부자가 되고 싶다.

수입에 대한 것은 한 번만 더 기록해 두려고 한다. 열 번을 채운다고 무료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쩝.



20140320 - 일과


눈 뜨자마자 커피 한 잔 먹고 씨감자 잘랐다. 5kg 7500원이다. 강릉 작은아버지가 감자는 종자가 비싸서 돈이 안된다.는 말씀을 종종 했더랬다. 올해 심는 f1 종자를 심고 심고 또 심어서 토종으로 육성해야겠다.

5kg중에 반은 나무 태운 재를 묻히고 나머지 반은 자른 모양대로 잘 붙여뒀다. 작년보다는 일주일 정도 일찍 심어보기로 한다.

나무껍질 주워와서 텃밭 고랑에 깔았다. 그물 매는 아저씨, 형님들이 말장할 때, 나무 껍질을 벗기기 때문에 주워올 나무 껍질은 아직도 많다.

저녁엔 볼음 2리 개발위원회를 했다. 올해부터 나도 개발위원이 됐다. em으로 저수지로 흐르는 생활하수를 정화하자는 의견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면에서 안해주면 우리가 해버리지!라는 패기가 좋았다. 그렇지만 다들 농협에서 영농자금 대출을 받거나 이자만 내고 상환을 연기했다.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이 이렇다. - 이것도 작은아버지한테 자주 들었던 말이구나. -



20140321 - 일과


늦게 일어났다. js형, p형네 못자리 유박 뿌리면서 작목반 형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에 금방 점심 먹었다.

m누나한테 얘기해서 광합성 em 원액을 20리터 정도 얻었다. 쌓여 있는 똥덩어리들이 푹 꺼지며 거름이 되기를 바라면서 화장실에 많이 들이부었다.

m아저씨네서 참을 먹으면서 farmer's talk를 했고 - 점심도 여기서 먹었다. -

참 먹고나서 딱 차를 쓸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잘됐군. 분리수거 해두었던 쓰레기를 버렸다. 영뜰 나가서 나무 껍데기 아홉자루 주워왔다. 집 뒷밭 가장자리에 뿌렸다. 풀이 자라서 고라니 방지 울타리에 엉키지 않았으면하는 뜻도 있고 2년 후엔 그 자리가 비옥해지길 바라는 뜻도 있다. 빈 드럼통 여덟개를 주워왔다. 이것들은 울타리를 보수하는 대신 그 구멍난 자리에 갖다 놓으려고 한다. 어제 하다가 재료가 모자라서 마저 못한 화단 울타리를 마무리했다. 기분이 좋았다. 집에 들어오니 여섯시 십분이다.

m아저씨네서 저녁 먹고 소방대 근무왔다. 하루가 참 쉽게 간다. 일찍 일어나도 쉽게 가긴 매 한 가지겠지만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야겠다.



20140323 - 정리정리


지후랑 집주변 정리했다. 집 뒤쪽, 음식물 쓰레기 버리던 곳에 어설프게나마 울타리를 했다. 퇴비장이 완성됐다. 작년에 내 실수로 불이났던 옛날집 - 지금집이랑 바로 붙어 있음 - 자리를 정리했다. 마침 트럭을 쓸 수 있어서 석면이랑 지붕 철판들을 쓰레기장에 버렸다. 타다만 장작들도 한 구석에 잘 쌓아뒀다. 뭐랄까, 깨끗해졌다. 기분 좋다.

정리가 정리를 부르는 법이라 정리하자면 끝이 없지만 농번기전에 해야하는 중요한 정리는 한적골 논두렁 불내기, 고구마밭 울타리 수선, 굴껍질 부수기, 육묘장 설치가 남았다.

중학생 친구들 기타 잠깐 봐주고서 저녁무렵에는 포비, 지후랑 저수지를 산책했다. 포비가 좋아한 것 같다.

아침에는 몇달만에 지후의 창가를 열었다. 그리 들어오는 볕이 좋아선지 망고가 한참을 앉아있었다.

오늘 망고도, 포비도, 우리도(?) 이래저래 기분 좋았다.



20140324 - 간만에 나들이


지후랑 강화에 나왔다. 차를 빌려서 나왔다. 당초의 목적은 기술센터에 들러서 작목반에서 쓸 석회를 싣고 초지집에 들러서 우리 식탁과 가스렌지 등을 챙겨 오는 것이었다. 빌린 트럭이 섬 밖에서 타다가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트럭이어서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식탁 대신 m 아저씨네 하우스에 사용할 대형 물통을 싣는 바람에 계속 신경 쓰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동네분들의 부탁으로 함석 다섯 장, 수도용 T자 파이프, 양파모, 상추모종, 냉동순대, 양파 한 망 등을 샀다. 우연히 j기장 부부를 만나서 자장면 얻어 먹었다. - 잘 먹었습니다. -

초지 주인집 아저씨 부부를 봐서 반가웠다. 아침엔 동네 할머니들을 터미널까지 태워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았다. 점심은 나를 좋아하는 분께 - 나도 좋아한다. - 얻어먹었다. 어울림 학교 교장 선생님도 만났다. 좋은일들이 많았네.

고양이 망고가 우리 식탁위에 올라가서 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게 미뤄진 걸 빼면 괜찮은 하루였다.

차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무사히 배에 올라탔기 때문에 이런 기분인 듯하다.

배에서 y이장님을 만났다. 3월엔 계속 출도할 일이 많다고 하신다. 4월에는 벼농사 준비로 계속 바쁠거라고 하셔서 '전 안 바쁜데.' 했더니 웃으시면서 '넌 아직 농사 초짜라 그래.' 하신다. 그렇겠죠? ^^

배 위에서 쓴다.



20140325 - 일과


오전엔 어제 실어온 석회를 내렸다. js형이랑 이곳저곳을 돌면서 필요한 만큼 내려뒀다.

오후엔 큰 일을 두 가지 했다.

첫 번째는 집안에 있던 냉장고를 정리해서 창고 구석에 넣었다. 이 집에 냉장고가 두 대 있었는데, 한 대는 우리가 쓰고 작은 크기의 나머지 한 대는 할머니가 쓰시던 그릇들을 보관하는 용도로 썼더랬다. 그릇들 다 꺼내서 박스에 담아서 치웠다. 할머니가 살아온 세월만큼 그릇들도 많다. 그리고 냉장고를 치웠다. 집이 넓어졌다. 보너스로 어제 가져온 가스렌지도 설치했다.

그리고 감자 심었다. 나는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지후는 감자를 집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밭을 갈지 않았지만 작년에 콩 심느라 한 번 갈았었던 자리라 땅 파는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마늘 아랫 이랑에 심었다. 5kg이라 금방 심었다. 이 밭을 자연농 밭으로 만드는 게 우리 목표다. 그러기엔 800평 밭이 너무 넓은가?



20140328 - 일과


일곱시에 일어났다. 추워서 계속 누워 있었다. 우리집은 바깥보다 차다. 그렇다고 문 열어놓으면 더 차가워진다. 여름엔 시원하니 그걸로 됐다. 먹으려고 둔 마늘에 싹이 길게 올라와서 가져다 밭에 심었다. 지난 가을에 심은 친구들은 잘 자라고 있다. 오늘 심은 애들마저 잘 자라면 마늘쫑이랑 마늘 부자가 되겠다. 기분 좋네. 굴껍데기 부쉈다. 지난 겨울에 먹고 남겨둔 굴껍질을 돌 절구에 넣고 돌망치로 가루가 될 때까지 때렸다. 힘들어서 다 못했지만 내일 잠깐만 하면 마무리다. 이제 식초를 사서 녹여 쓰면 된다. 오늘까지 만든 가루만으로도 몇 년은 쓰겠군. 만족스럽다. 지후랑 냉이 캤고 육묘장으로 쓸 자리에 활대 꽂았다. 완이형이랑 d가 놀러와서 앞마당에서 맥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 10년 후면 우리가 이 섬의 주인입니다. ㅋㅋ - 그 와중에 망고는 바깥나들이를 실컷했다. 포비랑 산책했다. 쯔쯔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내면 포비가 간식을 먹으러 오는 훈련중이다. 오늘은 먼저보다 성과가 좋았다. 망고 목욕시켰다. 두루치기 만들어서 저녁 먹었다. 김치는 여러 양념이 들어가니까 요리할 때 이것저것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점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뭐 이런 하루였다.

짤방은 마늘이랑. 색깔이 느무 이쁘다.



20140330 - 일과


어제는 죽바위 해군 기지 아래쪽 갯벌에 상합 잡으러 갔었다. 세 시간 정도 열심히 일하고 10kg을 캤다. 처음 캔 것이라 우리 조금 먹고, jk형이랑 술 안주로 조금 먹고, m아저씨네 다 드렸다. 조개신이시여, 올해도 잘 부탁합니다.

오늘은 일당일을 했다. 장뇌삼 심을 언덕에서 나무 자르고 치워냈다. 이틀 더 하기로 했다.

저녁에는 k가 집 앞에 두고간 매실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 매실은 얼른 먹고 싶으니 조금은 거름을 줘야겠다. 지후랑 포비랑 함께 바닷가에 가서 미세종자 파종에 쓸 모래를 가져왔다.

무난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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