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1 - 2월, 새해 목표


2월이다. 휴식은 끝났다. - 실질적으론 두 달 더 남았다. 

새해 목표

소식 - 적게 먹을테다.
금연 - 끊을테다.
부지런히 - 몸을 놀리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기.
아내 - 지후 빡치게 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잘 지내기
포비 훈련 - 하는데 까지는 해보자.
공부 - 비폭력 대화, 농사 


20140207 - 창고정리


집 앞에 창고 건물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시던 걸 우리가 잘 쓰고 있다. 총 세 칸인데, 가운데는 내 화장실이고 한 칸은 분리수거실, 나머지 한 칸이 창고다. 지후는 선반을 놓고 싶어했지만 내가 목공에 관심이 없는 관계로 -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점이 더 큰 관계로 - 안 쓰는 장롱 한 짝 갖다 놓고 정리했다. 집안 장롱에 봉도 연결했고 칸막이도 하나 달았다. - 지후가 꼭 필요하다고 전부터 말했기 때문에 톱질과 못질을 했다. -

말끔하다. 작년에 고추 심었던 자리에 콩대도 쭈루룩 깔아줬다. 이렇게 올 농사를 준비해 간다.

지후야 해피해피해?



20140208 - 닭잡았다


점심 먹고 대다래랑 샛멀에 잠깐 다녀왔다. 완이형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앉았는데 지후한테 전화가 왔다. 포비가 훈련 중에 탈출했다는 것이었다. 집으로 텔레텔레 걸어오는데 mj누나네 닭장쪽에서 꽥꽥소리가 들렸고 y이장님 차가 대로변으로 지나갔다. 이윽고 포비가 닭 한마리를 물고 내 앞을 지나 우리 밭 구석으로 총총 걸어갔다. 포비를 붙잡아서 혼찌검을 내줬다. 닭이 아직 죽진 않았다. y이장님한테 전화해서 지나가는데 우리개 같은 놈이 닭을 한 마리 물고 올라가더라고 해서 해병대에서 잃어버린 개가 아닐까요. 했다. 죄송합니다. mj누나네 가서 자초지정을 말하니 잡아 먹자고 해서 동네친구 k한테 닭잡는 걸 배웠다. 닭은 돼지랑은 달리 크기가 작아서 잡는 것도 쉽고 털 뽑는 것도 쉬웠다. 억지로 찾아서 잡지는 않겠지만 다음에 닭 잡게 되면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포비가 물고 왔던 닭은 크기가 작아서 수탉도 한 마리 잡았다. 볶음탕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올해부터 닭을 키울까 했는데, 생각 좀 해봐야겠다. 잘 길러서 가끔 한 마리씩 잡아서 작목반 형들이랑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달걀도 먹고.



20140211 - 날은 지났지만, 속상해서


제주도에서 8년간 일군 유기농 감귤밭을 밭 주인에게 돌려주게 생긴 분의 이야기를 읽었다. 하필이면 교회에서 목사님이 설교할 때 읽었다. 가슴안의 무언가가 덜컥 내려 앉았다. - 예수 믿는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믿음이 없어서 이런꼴을 당했다고 하겠지. -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는 달라서 이런 느낌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일면식이 있는 분이라 기분이 더 안좋은지도 모른다. i형도 농사 일 년 짓고 포도밭 3000평을 주인에게 돌려줘야 했다.

어째서 이런일이 생기나?

강릉에서 많이 들었던 얘기가 있다. 논을 얻어서 벼농사를 짓는다. 논둑에 풀이 믾으면 다음해에 뺏긴다. 제주도 감귤농장이 똑같은 상황이다. 땅주인이 봤을 때 맘에 안들면 내가 아무리 소신있게 농사를 지어도 아무 소용없다. 땅주인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땅의 80%를 4%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것이 더 큰 문제다. 20%의 땅을 가지고 지주와 소작인이 다투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건 80%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강호동이 평창에 땅을 갖고 있어서 문제가 된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땅에서 밭을 일구어 먹고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자리에 대한 농업경영체가 누구 앞으로 등록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것은 국가 정책의 문제다. 농민들에게도 문제는 있지만 - 임대차 계약서를 쓰고 농지를 빌려주면 자기땅 빼앗기는 줄 아는 분들도 있다. - 농민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많다. 농민들이 아무리 자기가 농사짓던 땅임을 주장해도 법적으로 그 땅은 땅 주인의 땅인 것이다. - 우리집 뒷밭도 마찬가지다. - 그래서 사람들은 땅을 원하고 땅 값은 오른다.

법적으로 농지는 농사 짓는 사람만 소유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 법을 피해갈 수 있는 법들이 너무나 많다.

올해도 작년처럼 미등록 농민으로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20140213 - 척사대회


척사대회를 했다. 한쪽에선 고기를 굽고 한쪽에선 윷을 던진다. 그러다 점심을 먹고 윷을 마저 던진다. 시간을 잘못 알아서 느즈막히 갔다가 점심 먹고 집에 왔다. 주최가 어디가 됐건 - 우리동네는 교회 주최임 - 동네분들이 많이들 모여서 모처럼 즐겁게 노는 것은 좋다. 

다만 입에 들어가는 것과 밥숟가락을 빼면 전부 일회용품을 쓴다는 것이 싫다. 교회에서 밥 먹고 자기가 자기 먹은 것을 씻는 문화를 만들면 오늘같은 날도 일회용품은 안 쓰고 지나갈 수 있을텐데. 

나만 해도 종이컵 두 개랑 나무젓가락 두 쌍을 버렸으니 궁시렁거릴 것 없는 걸까? 

이제부터 일회용품은 무조건 쓰지 말아야겠다. 무조건이 들어가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할 것 같다. 

밥 먹고 돌아와서,

집 뒤에 개두릅나무가 있다. 엄나무 뒤쪽에 뭔가를 심으면 좋겠어서 그 자리를 정리하고 불을 놨다. 그리고는 js형네 고추하우스 정리하는 것 도왔다. 

하루가 참 쉽게 간다.

(짤방은 작년 척사대회. 그 땐 누가 누군지 몰랐는데, 이제 보니 다 알겠네.)



20140216 - 뻐근


어제 일 좀 했다고 어깨가 뻐근하다.

동네 어느 아저씨에게 결국 내 몸만 상하니 남의 일 열심히 해주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어제는 열심히 했다. 태생이 열심히라 어쩔 수 없다. 우리일은 우리일이라 조금 힘들면 쉬멍쉬멍하게 된다. 남의일은 남한테 피해가 될까봐 열심히 하게 된다.

농사 시즌을 앞두고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조개는 열심히 줍고 농사일은 쉬엄쉬엄 하자.



20140218 - 우리는 개를 키우면 안된다


엊그제 '하나뿐인 지구'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를 봤다. 꽤 많은 페친들이 링크를 걸었던 화제작이다.

우리개 포비가 분리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포비는 나랑 지후가 아닌 사람을 보면 미친듯이 짖는다. 삼십미터 떨어져 있어도 짖는다. 또 포비는 내가 불러도 내 눈을 바라보지 않는다. 산책을 하다가 '이리와'라고 해도 좀처럼 내게 눈길을 주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행동한다.

다큐를 보면서 원인을 분석했다 . 우리가 훈련을 잘 못 시킨 것과 - 포비는 앉아. 만 할 줄 안다. - 포비가 너무 어릴때 엄마랑 헤어지는 바람에 사회성을 충분히 체득하지 못한 것이 현재 포비의 분리장애를 만들었다.

많이 미안하다.

닭 잡아 먹었다고 때린것도 미안하고 많이 예뻐하지 않고 괜찮겠거니 생각하면서 먀칠씩 집을 시간이 비운 것도 미안하다. 얼마남지 않은 농한기 기간에 산책을 많이 해야겠다.

포비는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견이다. 절대 안 잡아 먹을게.

왜 개 얘기를 썼느냐.

오늘 점심 먹고서 밧줄로 올가미를 만들어서 y이장네 갔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개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 동네 닭 잡아 먹을까봐 얼른 잡아서 우리에 넣어야 하는데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j할머니의 제보를 받고, 젊은놈인 내가 출동한 것이다. 닭가슴살로 살살 유인했다. 놈은 다가올듯 다가오지 않았다. 놈은 멀찌감치 던져준 닭가슴살만 먹고 나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가만히 주저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녀석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그러더니 j할머니네 밭으로 유유히 올라갔다. 나는 강압적인 방법을 써야겠디고 생각하고 놈을 따라갔다. 밭에는 고라니 방지용 울타리가 둘러져있었다. 놈을 구석으로 유인했다. 결국 녀석은 도주를 포기하고 밭 구석에 주저 앉았다. 나는 녀석의 목을 밧줄로 옭아맸다 그리고는 놈을 번쩍 들어서 - 줄을 당기니까 개가 버티길래 - 놈을 개장으로 넣었다.

내일도 점심 먹으러 회관에 간다. 동네분들은 나에게 잘했다고 하시겠지만 나는 그 개에게 못할짓을 한 기분이다.

우리는 개를 키우면 안된다. - 우리는 포비를 마지막으로 개를 키우지 않을거다. -



20140221 - 1주년


지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볼음도 이사 일년 기념으로 집에서 고구마 먹으려고 했는데, 부산에서 볼음도의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그저께 집을 나왔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집을 배우게 됐는데, 포비랑 망고 생각만 자꾸난다. 미안하고 걱정된다. 포비는 혼자 하울링을 하면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고 망고는 이놈들이 어딜갔나 생각하면서 자다깨다 할 것이다.

죽음으로 돌아와서,

이번 겨울에 섬 안에서 여러 죽음의 소식을 들었다. 누구네 형, 누구네 어머니, 누구네 삼촌 등이다. 시골분들은 주로 겨울에 많이 돌아가시는 것 같다.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농사를 마치고 농한기에 운명을 달리하시는 것인데, 사실은 추위가 약해진 사람의 몸을 더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다시 볼음도로 돌아와서,

2년차다. 올해의 키워드는 조개다. 무조건 많이 잡아서 많이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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