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서 꾸는 꿈 중에 하나다. 

꿈 속에서 나는 항상 거기에 있다. 일자로 뻗은 흙길. 길을 따라가면 왼쪽에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안다. 식당의 메인 메뉴는 모르지만 맛있다고 알려져 있거나 내 단골집이다. 나는 식당에 들어가지 않는다. 식당의 오래된 외벽을 훑어본다. 지금은 영업중으로 보이지 않는다. 식당을 지나 20미터쯤 가면 교차로가 나온다. 나는 항상 좌회전을 해서 계속 걷는다. 되돌아 가거나 멈추어 서는 것까지 5개의 선택지 중에 하나. 흙길이 계속되고 바닥은 나아갈수록 말캉말캉하다. 조금 더 걷다보면 눈 앞에 강이 흐르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나무와 밧줄을 엮어 만든 다리는 폭은 넓지만 튼튼해 보이지는 않는다. 강 건너에는 숲이 보이는데, 나무와 흙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빛깔로 살아 숨 쉬고 있다. 꿈속에서만 볼 수 있는 색과 패턴. 막상 다리를 건너기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죽은 세계다. 다리 앞에서 본 기묘한 광경은 나를 유혹하기 위한 것이었다. 흙길 위에서 시작하는 같은 꿈을 몇 번씩 꾸는 나는 그 사실을 안다. 알고도 나는 다리를 건넌다. 고민도 하지 않는다. 꿈 속에서의 여정 길에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낯선이들의 무리가 내게 식당으로 가는 길을 묻기도 한다. 다리를 건너는 과정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나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 말랑말랑한 땅 위에 빠지지도 않고 그저 우뚝 서 있다.

엊그제 오랜만에 이런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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