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번 째 생일


태어나 14601일 째를 살고 있다
축하를 받으며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도 했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는 여러번이다

사는 동안 해가 거꾸로 넘어가거나
달이 부서지거나 한 일이 없다

빼도박도 못하는 사십이란 숫자

달이 지구를 일만사천 바퀴 돌 동안
마흔 번도 돌아보지 못한 삶

14000이란 숫자에 더해진 하루
남은 생에 몇 개의 숫자가 더해질까

오늘밤은 달이 참 밝다
AND

어제 가볍게 한 잔 마셨다. 은철이 삼촌 생각이 났다.

엄마 바로 아래 쌍둥이 남동생이 있다. 은석이 은철이다. 두 삼촌들이 각자 더 좋아하는 누나가 있었을 것이다.(누나만 넷) 석이 삼촌은 둘째 이모를 철이 삼촌은 우리 엄마를 좋아했던 것 같다.

쌍둥이는 아버지의 폭정을 피해 고등학교 때 함께 가출을 했다. 석이 삼촌은 우리 이버지를 따라 철공소 쪽으로 갔고 철이 삼촌은 가출해서 배운 기술을 따라 목공 쪽으로 갔다.

석이 삼촌은 결혼을 해서 두 딸을 가졌고 철이 삼촌은 큰 이모의 반대로 결정적인 결혼 기회가 부서지면서 술 테크를 탔다.

석이 삼촌은 고독사(자살)를 했고 철이 삼촌은 몇 번의 재활을 거쳐서 지금도 살아 계신다.

철이 삼촌은 80년 후반 90초반에 우리집에서 몇 년을 같이 살았고 마지막으로 경영했던 목공소도 우리 동네에 있었다.

 목공소에 뻰찌라는 검은 개를 키웠다. 삼촌은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데. 뻰찌는 삼촌 오토바에 소리를 귀신같이 잘 알아들었고 초코파이를 좋아했다. 그걸 한 입에 먹는 큰 개였다.(삽살개 종류였던 듯) 목공소에 놀러기면 철이 삼촌이 하드를 사주곤 했다. 누가바에 소주 먹으면 좋은 걸 이때 배웠다. 내가 중2땐가 중3때였던 것 같은데 책장이 하나 갖고 싶어서 삼촌한테 책장 하나 컴팩트 한 걸로 짜달라고 했는데, 당돌한 조카가 예뻤는지 튼튼하게 만들어 주셨다. 그 책장에 석이 삼촌이 책 좋아하는 큰 조카 고등학교 갔다고 사준 난쏘공이 꼽혔다. 그 책장은 이사를 거듭하면서 사라졌다. 버려지고 불태워졌을 것이다.

쌍둥이 심촌들이 나를 창경원에 데려 간 적 있다. 그때 사진이 있는데, 내 표정도 좋고 삼촌들 표정도 참 좋다. 그때 기억도 있는데. 호랑이란 게 정말 집채 만하다고 생각했다. - 세 살 짜리가 호랑이를 봤으니 당연히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

석이 삼촌은 이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지만 갑자기 철이 삼촌이 많이 보고 싶다. 명절이 가까워서 그렇던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보다.

엄마한테 연락처 받아서 철이 삼촌 연락 한 번 해 봐야겠다.

삼촌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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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가을밤 가로등 옆 은행나무 아래서
소주 안주로 사탕을 빨았다

이런 걸 지난주 목요일에 술 한 잔 먹고 적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는 달기만 한 사탕. 인생은 썼다 달았다 한 것. 쓰다고 나쁜 것도 달다고 좋은 것도 아닌 것. 그래도 내 편이 한 명 있다면 살아볼만 한 것.

지난주에 사고 쳤다. 꾹꾹 눌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터졌다. 터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왜 집에서도 일 생각만 했나, 반성했다. 훨씬 가볍게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회사에서 나는 그저 회사원인데.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힘든 와중에 아내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제는 같이 40대다. 사고만 없다면 함께 늙어가는 모습을 볼 사람. 내 사람. 잠깐 포옹했던 시간이 그대로 멈추길 바랐다.

이대로 시간이 멈춘다는 것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내 인생이 가장 만족스러운 바로 그 순간에, 잠든 내 손이 잠든 너의 손에 닿아있는 그 순간에 시간이 멈춘다면.....

나이와 경험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다 산 것이 아닐까?

내가 애쓰는 만큼 남들도 애쓴다. 경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 옆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곳에 당신이 있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간을 멈춰도 좋을 당신이 있다.
AND

가끔 하는 생각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나라에 가겠다
그 나라에도 여관이 있다면 가장 싼 여관에 달방을 얻겠다
매일 시장을 돌아 다니며 가장 허름한 음식으로 끼니를 잇겠다
돈이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일을 해야겠지
말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돌덩어리를 옮기고
섞이지 않는 말로 밥 숟가락을 섞겠다
입과 귀를 닫고 살 것이다
방과 나의 침묵만이 흐르는 작은방에서 매일 새로 태어나는 꿈을 꿀 것이다
다시는 무언가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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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나의 속도와 세계의 속도가 부딪치는 소리
나의 속도와 당신의 속도가 어긋나는 소리
말의 속도들이 부딪쳐 만드는 소리
보이지 않는 속도 때문에 소리조차 없는 소리
소리에 소리를 물고 이어지는 소리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