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농, 살림을 디자인하다'를 오늘은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를 읽었다. 해는 길어졌지만 겨울은 길고 할일도 시간도 많은데, 아침에 일어나면 밖에 나가긴 싫으니 그동안 지후가 사둔 책들을 읽는다.

유기농이라 ......

유기농업은 무엇일까? 두 책 모두 소비자가 원하는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생명을 사랑하는 농부가 가진 삶의 태도와 실천을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예를들어 낮에는 외국제 유기농 자재를 논밭에 잔뜩 투입하고 저녁에는 에어컨 빵빵 틀어놓고 수입 체리 먹다가 잠드는 농부는 유기농업을 하는 농부가 아니다. - 물론 생산물에는 유기농 인증을 받겠지만 -

그런면에서 나랑 지후는 꽤 잘하고 있다. - 물론 갈길은 멀고 멀고 멀다. - 원자력에 반대하는 의미로 전기도 무척 아껴쓰는 편이고 모든 논과밭을 유기농에 가깝게 일구었으며, - 작년에 고구마밭에는 독일제 화학비료를 넣었다. 논에 넣는 유박도 원재료가 외국제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 나는 옛날식 화장실에 똥오줌을 모으고 - 지후도 그러기로 함 - 올해는 빗물이용, 태양열 조리기 제작 등의 계획을 세웠다.

지금보다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더 줄여야 - 전기를 자체적으로 얻는다거나 나무를 때는 난방을 도입하고 조리도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해야겠지. 근데 이와중에 아이폰 5s는 갖고 싶고 - 바깥 세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자급하는 옛날식 농부의 삶을 살 수 있겠다. 나는 유명한 유기농부들처럼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볼음도에는 아무런 일자리도 없지만 우리섬에는 백합조개가 있으니 조개 팔아서 시간을 벌 수 있다. 몸을 쓰는 일로 몸을 써서 생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섬 참 좋다.

그런데 나는 왜 유기농을 추구하는가? 농사가 체질에 맞아서 농부가 되기로 한것처럼 유기농도 그냥 그게 좋고 옳다고 생각해서 원한다. 거창한 철학이 있어도 좋고 언젠간 그런 게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고 만족하니 좋다.

ebs에서 했던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를 몇 편 보다보니 뭔가 쓰고 싶어져서 끄적거려 본다. 생활의 규모를 줄이고 농사를 짓는 것이 체질에 맞는 대학생들이 많아져서 그네들도 다 농사 짓고 살면 좋겠다. 몇몇이라도 그런 결정을 하려면 우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경험 해봐야 하는데, - 일단 해봐야 자기 적성을 아니까 - 가장 좋은 방법은 방학 때 변산공동체 같은 곳에 머물렀던 학생들에게 학점을 (많이) 주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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