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잘랐다. 언제부턴가 미용실엔 가지 않는다. 미용실은 대체로 말이 많다. 

 이발소는 이발사에게 짧게요.라고 하면 더 이상 대화가 없게 마련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이발사와 나 사이에는 가위질 소리와 잘린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소리, 기독교 채널의 설교 소리만 가득했다. 이발사는 비누로 머리를 감겨줬고 야쿠르트병 주둥이도 열어줬다. 가게를 나가려는 순간 벽에 걸려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복되고 창대하게'

 남자 목욕탕만큼이나 온전한 남자들만의 공간

 생면부지의 남에게 내 몸을 온전히 맡겨야 하는 곳

 이발비는 8,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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