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검은 날개의 천사가 라흐마니노프 2번을 친다
흰 건반이 날뛰는 동안 검은 날개가 펄럭인다
붉은 입술의 악마와 푸른 이빨의 천사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입을 맞춘다
입술이 닿았던 자리에서 내가 태어나고
내 날개 한 쌍은 각각 다른 색이다
협주곡 2번이 3번으로 바뀌고 음악은 멈추지 않는다
이곳이 악몽은 아니다
이곳은 현실도 아니다
왼쪽 날개를 펼치자 지옥의 방청객들이 고통을 노래한다
오른쪽 날개를 펄럭이자 천사들이 울부짖는다
다들 뭔가를 애원하고 바라지만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끝까지 날아 오른다
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천사인가 악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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