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

유튜브로 베토벤 교향곡을 번호 순서대로 들으며
아내와 나란히 앉아서 주말을 보내고
어떤날은 퇴근 후 친구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좋은 기분을 이어서 노래방에 가거나 길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가끔은 아내의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고
더 가끔은 아내의 가족들과 밥을 먹고
엄마 생일에는 가족들이 모이고
그 중에 아픈 사람이 없고
조카들은 점점 커가고
아내가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고
월요일엔 출근하기 싫지만 회사를 그만두진 않고
회사에선 아무일도 없고
자동차 사고가 나도 사람은 다치지 않고
울적한 날은 바다에 가기도 하고
토요일 아침엔 단골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일요일 오후엔 또 다른 단골 커피숍에서 커피 두 잔을 마시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세상에 욕 한 번 하고나면 괜찮아지고
집은 없지만 빚도 없고
아이가 없지만 좋은점도 있고
더우면 에어컨을 추우면 보일러를 켤 수 있고
언젠가 복권에 당첨되리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고
주식에서 돈이 까였지만 누구처럼 50%씩 손해를 보지는 않고
모든 것을 잊은 아버지는 아직 내 얼굴과 내 이름을 기억하고
나를 기억하는 아버지가 나에게 먼저 전화를 하고
가끔은 고맙다고 하고 또 가끔은 미안하다고 하고
주말에 만날거라고 방금 말했는데
언제 오냐고 또 묻고 또 묻고 또 묻고
종종 보고 싶다는 진심을 말하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데 혼자서 살고 있는 아버지 생각에
날 만날때마다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아버지 생각에
매일매일 마음이 무거운,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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