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벤치

가을엔 벤치다
볕이 잘 드는 공원 벤치에 앉았다
애인이나 친구를 기다린다고 해도 좋고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좋다
걷는 사람도 뛰는 사람도 자전거를 탄 사람도 있다
아장아장 손녀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있다
손녀가 할아버지 손을 놓고 조금 뛰어간다
이내 뒤돌아 할아버지에게 달려와 안긴다
할아버지 얼굴 주름 사이사이로 풍만한 만족감이 넘친다
내 얼굴에도 기분좋은 미소가 흐른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누군가 봤다면 얼굴 좋다고 했을거란 걸 안다
벤치에 앉아서 내게 오지 않을 미래를 본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도
가을 벤치에 앉아서
저녁이 오는 걸 무심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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