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흰 구름에 하늘에서 빌린 가을 빛이 묻어 있다
한낮의 천변엔 사람들이 물빛처럼 반짝거린다
세월이 잔뜩 묻은 담벼락 너머로 탱자가 누렇게 익었다
점프,
굳이 하나 따내려다 가시에 찔렸다
아야, 피
흔들린 가지에서 열매 몇 개가 후두둑 떨어진다
손 끝에 피를 빨아 먹고 탱자를 줍는다
몹쓸 쓸모에도 기분은 화사한
머릿속이 파란 하늘로 가득찬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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