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마음

바깥은 더우니까 지하철에서 시간을 끈다는 노인들 마음이
어릴적 오락실에서 동전 넣은 거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게임기 앞에 있으려던 내 마음과 닮았다
느니타무 무료급식소에서 서로 먼저 먹겠다고 시비가 붙어 한쪽이 피를 보고야 마는 일이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이미 배가 부른데도 고기한 접시 더 가져와 구워먹는 일과 닮았다
잔칫집 뷔페에서 미리 준비해 간 비닐에 떡을 싸오는 일
사무실 믹스커피를 집에 가져와서 먹는 일
술 먹고 밤늦게 회사로 돌아와서 초과근무를 찍는 일
아내가 양념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도 할인을 할 때만 포장해서 사다주는 일
문 닫을 시간에 마트에 가서 49프로 할인하는 족발을 살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일
단골 분식집 사장님이 김말이 튀김 하나 더 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일
내가 술값 내려 했는데 친구가 술값 내주면 두고두고 고마운 일
가엾고 안타깝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아끼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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